[남북정상회담]경제교류 현황과 전망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3분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가시화됨에 따라 그동안 민간 수준에서 산발적 비공식적으로 진행돼온 남북간 경제협력은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협력사업으로 격상됐다.

무대 뒤편에 머물러있던 남북 당국이 전면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크며 남북한 단일 경제공동체의 형성시기를 앞당기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남북 문제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한꺼번에 모든 것을 얻겠다는 자세보다는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내딛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탄력 붙은 남북 경협〓지난해 남북간 교역실적은 반입 1억2160만달러, 반출 2억1183억달러 등 총 3억3344만달러. 남북교역이 89년 처음 시행된 이후 교역규모는 91년 1억달러, 95년 2억달러를 넘어섰으나 증가 속도는 매우 더딘 편.

3월말 현재 북한에 진출한 국내 업체는 145곳. 투자분야에서 현대상선 등 13개 업체가 1억3000만달러를 투자해 금강산관광 개발과 수산물채취, 자동차수리업 등에 진출했고 의류봉제와 컴퓨터모니터 조립 등 임가공 분야에서는 132개 업체가 2억1000만달러의 교역실적을 올렸다.

국내 업체들은 경공업품의 설비와 원자재를 반출, 북한 현지의 임가공을 통해 국내로 재반입하거나 중국 동남아 등 제3국으로 수출하는데 치중해왔고 북한측은 금 목재 한약재 등 농임산물과 토산품을 주로 반출해왔다.

그러나 북한으로의 반출입절차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데다 북한 토산품에 대한 국내 수요가 시들해 중도에 손을 떼는 업체도 적지 않았다.

당국 차원의 경협이 본격화돼 법적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면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 외에 섬유 신발 의복 가전제품 등 소비재 분야의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투자재원 어떻게 마련하나〓정부가 남북 경협을 위해 확보한 재원은 대외경제협력기금 7000억원과 남북협력기금 2000억원, 한국국제협력단 자금 400억원 등 1조원 가량.

남북경협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총 재원이 100억달러가 넘는 일본의 공적개발 원조(ODA)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 가입하는 것을 전제로 이들 기구의 양허성 자금을 지원받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 미국 유럽 등의 기업이 한국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북한에 진출하는 관행이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북한 투자재원도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통일세’ 신설이나 예산 중 일부 항목의 전용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경협에 따른 자금수요가 늘어날 경우 예산편성 과정에서 신축적으로 반영한다는 방침.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투자는 단순히 돈을 댄다는 차원이 아니라 자금지원이 효과를 내면 장기적으로 통일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북한을 상대로 한 경협은 지금까지 투자금 회수나 과실송금에 대한 보장 없이 이루어졌다. 잘 되면 다행이지만 분쟁이 발생할 경우 투자금 전액을 송두리째 날릴 가능성도 안고 있었던 것.

남북 당국이 직접 나선 이상 양측은 우선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측과 시급히 상의해야 할 과제로 △이중과세방지협정 △투자보장협정 △청산결제시스템△분쟁조정기구 도입 등을 꼽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북한에 투자했을 때 이익송금 등을 보장받고 필요할 경우 북한에서 쉽게 철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으로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정부가 나서도 대북투자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