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한화종금 인수시도 '우풍信金' 몰락위기 맞아

  • 입력 2000년 4월 8일 19시 23분


96년 말 재벌계열 한화종금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로 재계에 큰 충격을 줬던 우풍상호신용금고가 자칫 금고업계에서 퇴출될 위기를 맞았다.

대주주인 박의송회장의 경영정상화 계획이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98년 초 퇴출된 한화종금과 똑같은 운명을 걷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

▼적대적 인수합병 첫 물꼬▼

▽한화와의 악연〓우풍의 대주주(지분 42%)인 박회장은 국내 처음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의 물꼬를 튼 장본인. 96년 말 한화종금의 2대주주였던 그는 이학 등 우호세력을 끌어들여 40% 이상의 지분을 쌓은 뒤 적대적 인수합병을 선언했다.

이에 열세에 놓인 한화가 내놓은 비장의 카드가 400억원대 사모 전환사채 발행. 이 사채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들이 인수하면서 지루한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전환사채의 주식전환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며 소송을 낸 박회장은 1심에선 패소했으나 2심에선 일부 승소하는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한화종금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박회장은 소송을 철회했고 한화종금은 결국 98년 퇴출됐다.

한화는 퇴출시 공적자금이 투입된 데 책임을 지고 최근 저리의 증권금융채권 1300억원 어치를 사기로 하는 등 아직도 분쟁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공매도제도 결함 노출▼

▽공매도(제3자로부터 주식을 빌려 차익을 얻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는 것) 제도 보완여론〓우풍의 위기를 초래한 공매도 결제 불이행으로 코스닥시장에서 성도이엔지 종목을 샀던 개인투자자들까지 큰 손해를 입어 제도보완 지적이 높다.

현행 규정상 개인들도 공매도를 할 수는 있지만 결제위험 때문에 증권사들이 기관들에만 허용하고 있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이미 기관투자가들에 대해 신용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위탁증거금을 내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기관투자가들의 무성의로 성과는 미지수. 다만 증권업계만은 자체 위기관리 차원에서 부분적으로 공매도 관행 개선에 나서 신용도에 따라 공매도 한도를 설정하거나 위탁증거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력가 朴회장 행보 관심▼

▽우풍 회생 가능할까〓박회장은 60∼80년대 증권가 큰손으로 불렸던 ‘백할머니(본명 백희엽)’의 장남으로 상당한 자산가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박회장이 유상증자 등에 적극 참여한다면 회생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풍은 3월 20억원을 증자한 데 이어 이달 40억원을 증자할 예정이었다”며 “시장신뢰 회복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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