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10%룰' 족쇄? 안전판?…'한종목 투자상한 규정'논란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5분


‘10%룰이 도대체 뭐기에….’

삼성전자 주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타자 펀드매니저들은 “펀드자금 중 10% 이상을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없도록 한 투신업법 규정 때문에 뻔히 오르는 주식을 억울하게 팔아야 한다”며 “우량주를 외국인에게 헐값에 넘기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펀드매니저 속태우는 10%룰〓이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삼성전자 주가 때문.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24만원에 그쳤던 삼성전자 주가는 29일 38만3000원까지 올랐다. 외국인들이 반도체주식을 무더기 매집하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것. 2월28일 36조560억원이던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9일 57조568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18%에 가까운 액수.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10%룰에 얽매여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를 처분해야 하는 것은 수익률을 올려야 하는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펀드 설정 때부터 10%까지 채워넣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면 시가총액비중도 자동적으로 늘어나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위험 분산이 더 중요’〓금융감독원은 투신업계의 하소연에 대해 “운용성적이 안좋으니까 고객 무마용으로 감독원을 들먹거리는 것”이라며 불쾌해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식형펀드의 경우 위험분산 차원에서 특정종목 주식 편입비율을 10%로 제한하는 것”이라며 “펀드에 편입한 주식의 가격이 올랐거나 갑작스러운 고객 환매조치로 동일종목 투자한도가 10%를 초과한 경우 그날부터 6개월 이내에 투자한도를 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조항이 없다면 한 종목에 승부를 거는 펀드들이 속출, 펀드가 통째로 날아갈 수 있다고 염려한다.

▽‘10%룰’ 왜 있나〓펀드에서 한 종목 투자비중을 10%로 제한한 것은 분산투자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 불특정다수의 고객으로부터 돈을 모아 펀드매니저가 대신 운용하는 만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10%룰’은 미국과 일본에서도 철저히 지켜지며 내부 통제시스템에 의해 자동체크된다.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인 외수펀드도 이 조항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역차별이란 투신사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삼성전자 주가 영향은〓삼성전자 한 종목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17.4%에 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은 이 종목에 대해 초과분을 해소해야 할 입장이다. 다만 당장 처분하지 않고 초과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하면 되기 때문에 한꺼번에 팔자물량이 쏟아져 주가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적다. 전에는 한도를 넘어서면 바로 물량을 처분해야 했지만 투신업법 개정으로 앞으로는 6개월의 여유기간이 생겼기 때문.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