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잇단사퇴 파문]"제2빅뱅 오나" 금융권 술렁

  • 입력 2000년 3월 25일 00시 20분


24일 외환은행 이갑현(李甲鉉)행장과 서울은행 신억현(辛億鉉)행장직무대행이 물러나자 은행권은 2차 은행 구조조정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며 술렁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서울은행 처리를 맡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도 신행장직무대행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자 서울은행 처리가 더욱 꼬이게 돼 다소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이행장 사퇴 배경과 꼬이는 서울은행 처리〓이행장 퇴임 배경을 둘러싸고 외환은행과 금융감독위원회는 정부의 압력은 없었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위 인사들이 사석 등에서 누차 “외환은행은 외국계 자본이 들어왔지만 전혀 경영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해 왔으며 대우지원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정부와 오래 전부터 좋지 않은 관계였다는 것은 금융권에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외환은행 노조는 이같은 분위기를 인식, 급기야 23일 밤 행장실을 점거하면서 행장 퇴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이행장이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인 것.

한편 서울은행 신행장대행의 퇴진은 금감위로서는 원치 않았던 일. 이용근(李容根)금감위원장이 23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밝혔듯이 헤드헌터를 통해 신임행장을 선임할 때까지 신행장대행 체제로 끌고가려고 했던 것.

금융감독위원회는 외국인 CEO 선정작업이 상당 기간 소요될 것으로 보여 오랜 기간 행장직무대행 체제로 갈 경우 은행 부실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29일 주총이 끝난 뒤 임기 2∼3개월의 ‘임시 행장’을 뽑아 경영을 맡기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몇번이나 처리방법을 바꾸는 과정에서 정부의 서울은행 처리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차 금융구조조정 임박〓금융계는 이행장이 퇴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지지부진한 은행권의 자발적인 2차 금융구조조정에 발동을 걸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은행권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해왔다.

이 때문에 이행장 등의 퇴진을 계기로 은행권의 2차 금융구조조정이 국민-외환-서울은행을 주축으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금융계 안팎의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은행권 주변에는 벌써부터 외환은행 이행장 후임으로 양만기(梁萬基)수출입은행장이 선임될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다니고 있다.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은행도 임시 행장이 취임할 경우 최소한 수개월 동안은 행장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김상훈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행장으로 취임한 국민은행과 외환 서울은행 등 정부 영향권에 든 은행을 위주로 우량은행간 대등합병 또는 우량은행의 부실은행 인수 등이 곧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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