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頂點은 내년 4월?…민간-정부 전망 엇갈려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6분


‘현재의 경기상승세는 언제 꺾일까.’

정책당국은 물론 기업들도 사업계획 작성에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항목이다. 그러나 전문가 누구도 자신있게 ‘경기 정점이 언제’라고 말하지 못한다. 환율 등 대외환경에 따라 수출경기가 달라지고 기대심리가 내수경기를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

▽‘추세를 볼 때 2001년 4월이 정점’〓삼성경제연구소는 9일 경기전망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는 98년8월 경기저점을 통과했기 때문에 2001년 4월 정점에 다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망은 ‘저점→확장기→정점→수축기→저점’을 1주기(週期)로 하는 경기사이클이 우리경제의 경우 70년대 이후 평균 53개월로 나타났으며, 저점에서 정점까지의 확장기가 평균 34개월이라는 과거 추세를 근거로 한 것.

연구소는 그러나 이같은 ‘추세분석’이 빗나갈 가능성을 우려해 “수출 주력상품이 컴퓨터 휴대폰 TFT-LCD 등 정보통신 관련 품목으로 바뀌고 산업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경기상승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으며 반대로 대외환경이 급변, 상승기가 단축될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보다 신중한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심상달 KDI거시경제팀 선임연구위원은 “삼성의 보고서는 자료적인 가치는 있지만 실제 경기정점을 판단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수출 투자 등 각종 거시경제의 현실 지표를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는 것. 심위원은 “변수가 워낙 많은 만큼 정책 연구기관에서는 특정 시점을 미리 찍어 ‘정점 운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뭐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 경기예측팀 관계자는 “당분간 상승기조를 유지할 것은 분명하지만 언제 경기가 꺾일 지를 판단할 만한 징후는 안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선행지수가 4,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여야 비교적 ‘자신있게’ 하락이 예상된다고 얘기할 수 있으며 정점이 왔더라도 사후에야 이를 파악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선행지수가 꺾이고는 있지만…’〓통계청이 내놓은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1,12월 연속 하락세. 선행지수는 수출신용장 내도액이나 건축허가면적 등 경기를 점칠 수 있는 10개 지표를 종합해 작성된다. 통계분석과 권오봉과장은 그러나 “과거에도 2,3개월 하락하다 다시 상승하곤 했다”며 “섣불리 경기하락을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정점의 경우 대개 선행지수가 꺾이기 시작한지 10∼14개월 뒤에 나타나는 것이 보통. 11월의 선행지수 하락세가 실제 경기하락의 ‘징후’라면 경기 정점은 올해 8∼12월 사이에 놓이게 된다.

▽경기상승기 관리의 필요성〓삼성보고서는 이같은 경기정점 판단을 차치하고 “경기상승 국면에서 과도하게 부양책을 구사할 경우 거품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정책 당국의 신중한 거시경제 관리를 주문했다. 과거 반도체 수출 증가 등으로 경기가 확장될 때 잘 대처하지 못해 외환위기를 자초한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