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통위 회의서 단기금리 인상여부 윤곽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6분


2월중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단기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평소 금리인상 여부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9일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된만큼 이번에는 51대49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장단기금리 격차 커 시중자금흐름 왜곡 심각"▼

그러나 재정경제부 등 정부측이 “대우사태가 마무리되기 전에 금리를 올려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펴고 있어 금통위가 최종 결론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심상치 않은 금통위 기류〓금통위 회의는 당초 설연휴 직전인 3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8일의 대우채 환매상황을 지켜보자는 취지에 따라 1주일 연기됐다.

대우채 환매가 계속 진행중이기는 하지만 우려했던 금융시장 불안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한은의 입장. 이에 따라 시중자금 흐름의 왜곡을 초래한 장단기 금리격차를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금통위 안팎에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현재 장기금리의 대표지표인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연 10.1%선이어서 연 4.75%수준으로 운용되는 콜금리와의 격차가 5%포인트를 웃돈다. 이는 대우사태가 발생한 작년 7월 하순 이후 반년이상 지속된 것. 시중자금이 초단기 상품으로만 몰리면서 단기부동화 현상이 극도로 심화되는 부작용이 빚어졌다.

A금통위원은 “지금까지 금리를 손대지 않은 것은 단기금리 인상이 장기금리의 연쇄상승을 촉발해 가뜩이나 취약한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우리 경제가 소폭의 금리인상 정도는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금통위원은 “장단기 금리차를 적정치인 3%포인트 이내로 좁혀 시장기능을 되살리는 일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며 금리인상 시기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대우채 환매대책을 논의한 6일 금감위측이 “콜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월권성 발언을 한 것도 전철환(全哲煥)한은총재와 금통위원들의 심기를 자극한 요인.

▽변수는 많다〓올 들어 금리인상은 세계 각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미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가 금리를 올렸고 유럽중앙은행은 인상방침을 굳힌 채 인상시기와 폭을 저울질하는 단계.

▼한국등 '불가피' 주장속 재경부선 반대▼

세계경제의 동조화현상을 감안할 때 한국도 시기선택이 문제일 뿐 금리인상이 뒤따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 환은경제연구소 신금덕 동향분석팀장은 “동남아 외환위기로 세계경제가 불황에 빠진 98년초 미국을 필두로 각국이 금리를 내려 경기회복을 도모했던 전례가 이번엔 경기과열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리는 현상으로 재연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화당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주가 하락과 외국인투자자금의 이탈을 불러 경제안정 기조가 흔들릴 것이라는 반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단기금리를 올리면 장기금리 상승과 예금 및 대출금리의 동반 인상으로 이어져 실물경제에 주름이 생길 것이라는 논지.

재경부측은 최근 장기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단기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더라도 장단기 금리차는 추가로 좁혀질 여지가 충분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한은이 금리를 올릴 경우 그 폭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0.25%포인트선에서 이뤄질 전망. 금융시장의 안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금통위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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