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 연합군' 유화빅딜 딴죽…本報 시나리오 단독입수

  • 입력 1999년 11월 24일 18시 37분


전남 여천단지에 입주한 유화업체들이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이 통합하는 대산단지의 유화빅딜을 무산시키고 현대유화를 분할 인수하려는 계획을 극비리에 추진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화빅딜을 중재하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같은 동향을 파악하고도 ‘회원사들의 이익에 어긋난다’며 사실상 방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천단지 업체들의 움직임은 대산단지 통합으로 아시아 최대의 유화업체를 탄생시켜 다른 단지의 통합을 유도하려는 빅딜의 기본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이같은 사실은 동아일보가 24일 단독 입수한 H사의 ‘석유화학 구조조정 및 당사(當社)대응 방안’이라는 문건에서 밝혀졌다.

이 문건에 따르면 H사는 통합법인 참여(시나리오 1)와 현대유화 공동인수(시나리오2) 두가지 방안중 “현대유화를 공동으로 분할인수하는 안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문건은 시나리오2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삼성 현대가 통합하면 당사보다 4배 규모의 경쟁력을 보유하게 되는 한편 구미 선진업체의 국내진출로 경쟁열세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1조1000억원에 달하는 현대유화의 자본을 전액 감자(減資)한 뒤 출자전환 4000억원과 신규출자 6000억원으로 부채비율 190%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문건은 구체적 분할인수 방안으로 나프타분해센터(NCC)는 여천단지내 3사가 공동 경영하되 HDPE PP EG 등은 H사가 단독으로, LDPE PVC 등은 또다른 H사, BR 등은 K사가 인수하도록 제안했다.

문건에 제시된 실행계획은 ‘산업자원부의 지지와 언론의 협조를 얻어’ 통합법인에 출자키로 한 미쓰이 투자안을 백지화시켜야 한다면서 다른 그룹과 함께 공동인수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H사 등은 이같은 문건을 토대로 일단 채권은행인 한빛은행 및 산자부 고위관계자 등과 수차례 접촉, 미쓰이 투자안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상당히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9월 작성된 이 문건은 H사가 속한 L그룹 최고경영자에 1차 보고된 후 추후 상황을 보강, 수정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측은 이같은 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회원사에 불이익이 올 수 있는 만큼 구체적 대응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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