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투신 구조조정 유보 잘못" 채권시가평가 연기 비판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0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채권시가평가제 도입을 유보하고 투신사구조조정에 ‘인위적 퇴출은 없다’고 선언한 현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KDI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대우채권을 비롯한 투신사 신탁자산의 부실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내놓아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채권시가평가제’ 도입을 유보한 정부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대우 및 투신문제〓KDI는 21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향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대우 등 투신사 부실과 관련한 손실을 해당 경제주체들이 최대한 분담하는 원칙을 준수함으로써 금융시장의 기본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꼽았다.

경제주체의 분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투자자 개인책임, 투신사 경영책임, 당국의 감독책임 등을 제시했다.

이같은 주장의 핵심은 ‘채권시가평가제’를 신속히 도입해 투자에 따른 손실은 투자자 자신이 지도록 하는 환경을 정부가 조성해야 한다는 정책권고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KDI 관계자는 “정부가 채권에 대해 예금과 마찬가지로 원금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국가채무 문제〓적자재정문제가 정부의 발표보다 심각하다는 것이 KDI의 주장. 즉 정부는 ‘국가채권이 채무보다 많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국가채권의 상당부분이 회수여부가 불투명한 지원성 재정융자여서 액수가 많다 해도 믿을 만한 것은 못된다는 것.

KDI 관계자는 정부의 건전재정 회복의지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KDI가 정부의 용역으로 공무원연금기금 개선안을 마련해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연금제도 개선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총선을 의식한 듯 공무원임금만 올렸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균형재정 회복시기를 2004년으로 앞당기겠다는 데 대해서도 “이는 우리경제가 앞으로 연평균 5%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세수도 연평균 8% 증가한다는 장밋빛 가정에 근거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물가문제〓내년 물가상승률을 3.2%로 전망한 KDI는 ‘선진국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연간 3%를 상회하는 나라는 거의 전무하다’는 표현으로 내년 물가에 대한 불안을 나타냈다. 내년 상반기에 물가압력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하반기에 물가불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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