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체들, 항공輸出 화물적체 심각

  • 입력 1999년 10월 13일 18시 50분


수출항공화물의 적체가 심각하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PC본체 모니터 반도체 휴대전화 등의 수출이 올들어 크게 늘면서 김포공항 화물터미널의 수출화물 적체가 7∼8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제품은 고가인데다 납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수출시 항공편을 이용한다.

특히 이들 제품의 수출이 집중되고 있는 미주지역은 1∼7월 중 수출항공화물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늘었으며 9월 이후에는 75%나 폭증, 적체가 심각한 실정이다.

김포공항 화물청사의 수용능력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고 보세구역 야외에 수출품을 쌓아놓았다가 손상을 당하는 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지난달 보세구역에 30만달러 상당의 LCD모니터를 놓아두었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제품을 못쓰게 됐다. 비닐을 덮어 두었지만 습기가 스며든 것.

LG전자는 현재 운반책임을 지고 있는 미국측 항공화물운송회사와 피해 보상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김포공항 국제선의 화물시설이 열악해 해마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화물청사 인프라에 적절한 투자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CD롬 등 주요 수출품의 운송이 늦어져 애로를 겪고 있으며 대부분의 전자업체들은 항공화물 적체로 시달리고 있다.

평상시 배로 수출하다가 수출물량이 늘어나 항공편을 이용하려고 하는 중소기업들은 비행기 잡기가 더 어려운 실정.

항공사측이 단골고객인 대기업에 우선적으로 화물을 배정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하루 수출항공화물 수용능력(350t)을 초과해 하루 580t을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며 아시아나항공도 적정수준(200t)의 두 배에 이르는 물량부담을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자제품의 성수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초까지 항공수출화물의 적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수출수요에 맞춰 줄 수는 없다는 입장.

수출화물은 많지만 수입화물이 적어 비행기가 돌아올 때는 빈 채로 와야 하기 때문이다.

미주지역에 1편을 늘리면 20만달러 상당의 적자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주장.

이에 대해 무역업계에서는 8월 미주지역의 수출화물 운임을 5∼10% 인상했으므로 국내항공사들이 수출항공화물의 안정적 수송을 위해 협조를 해줘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해운업계의 선주(船主)와 하주(荷主) 간 협의체를 본따 항공하주와 항공사 사이의 협의회 구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중·성동기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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