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유가등 불확실성시대]경영전략 수립 주기 짧아진다

  • 입력 1999년 9월 27일 18시 44분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 어떤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만들자.’

요즘 주요 그룹 구조조정본부는 경영전략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초 새천년의 시작을 앞두고 거창한 장기전략을 마련하려 했지만 국제유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환율이 급격하게 변하는 등 경영환경이 급변해 불과 한두달 앞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

이에 따라 대부분의 그룹들은 과거 10년 단위로 세웠던 장기경영전략을 폐기하고 3년내외의 중단기 전략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경영전략 수립 주기 짧아진다〓삼성그룹은 95년 10년후인 2005년을 겨냥한 경영전략을 수립했으나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폐기한 상태. 각종 경제지표가 95년 예측과는 크게 달라진데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10년 단위의 장기전략은 무의미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은 최근 2002년을 목표로 3년짜리 중단기전략을 수립했다. 또 단기전략으로 1년차, 2년차의 연도별 목표와 경제지표를 정해 놓고 계열사별로 1∼6개월 단위로 중간점검을 하도록 했다. 환율이나 유가 금리 물가 정치상황 등이 예측을빗나갈경우에는수시로 전략을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의사결정도 기민하게〓LG그룹도 96년초 2005년까지 재계 1위에 오른다는 장기경영비전을 수립했으나 최근 이를 재검토하고 양적 성장이 아닌 개별기업의 지속적 성장으로 목표를 바꿨다.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시장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해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자는 목표로 돌아선 것.

이에 따라 LG전자는 매달 사업본부장들이 참석하는 경영회의를 개최해 국내외 시장동향을 비롯한 사업현안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체를 운영중이다. LG화학 등을 비롯한 주요계열사들도 경영환경이 급변할 때마다 수시로 이사회를 개최해 주요 경영활동 현안을 논의해 결정하고 있다.

▽갈수록 미래예측 어려워〓대기업 경영전략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요즘처럼 난감한 적이 없다고 털어놓는다.

올해초 배럴당 10∼12달러에 불과했던 국제유가가 최근 25달러를 넘어섰는가 하면 달러당 엔화가치도 연일 강세를 보이는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

경제성장률도 작년 ―5.8%에서 올해 8.2%(전망치)로 1년새 변동폭이 10%포인트를 넘을 전망.더구나 인터넷 정보통신 등 새로운 업종의 출현으로 미래 경영환경을 따라잡지가 쉽지 않다는 것.

정순원 현대경제연구원 부사장은 “경영환경 자체가 급변하고 있는데다 세계경제의 변화가 국내경제에 주는 충격이 더 커졌다”며 “경제 변수 예측도 중요하지만 변수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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