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기업지배구조 규준초안 채택여부 난색

  • 입력 1999년 8월 26일 19시 07분


‘총론엔 찬성, 각론은 반대.’

민간 전문가들이 5개월여에 걸친 난상토론 끝에 내놓은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대한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의 향후 정책방향에 참고는 되겠지만 ‘권고안’의 수준을 넘으면 안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은 외국에서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라며 “기본적으로 기업이 주주총회에서 채택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한경쟁 시대의 효율적 지배구조는 기업 스스로 찾아야할 과제지 정부가 나서서는 곤란하다는 주장.

▽사외이사 절반으로 늘린다〓재계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 현재 등재이사의 25% 수준인 사외이사 수를 절반으로 늘릴 경우 당장 재벌총수들의 경영권이 위축될 것은 자명하다.

전경련은 사외이사들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정책사안에 대해 보수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고 의사결정 기간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로펌 관계자들은 그러나 등기부상 이사들은 기업의 거시적 의사결정을 책임지고, 실제 기업 의사결정은 비등재 이사들이 담당하는 역할분담이 이뤄질 경우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외이사의 선임도 문제’〓주요 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초 사외이사 비중을 25%로 늘리는 과정에서 등재이사 수를 3,4명 수준으로 하향조정했다.

이사들의 임기가 보장돼 있기 때문에 적대적 인수합병 세력이 지분을 늘리더라도 쉽게 경영권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만든 셈.

그러나 이번 개선안은 이사수를 대기업의 경우 8명 이상으로 늘리도록 권고, 사외이사 수도 늘어날 가능성을 높였다. 이에 따라 현재 1800명 수준인 상장사 사외이사 수가 4000명으로 늘게 돼 ‘구인난’이 심각해질 전망. 재계는 사외이사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겹치기로 사외이사를 맡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게 돼 결과적으로 기업비밀이 유출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감사위원회의 감사범위〓감사위원회의 기능이 기업 경영행위의 타당성까지 심사할 경우 심각한 경영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주요그룹의 우려. 이 밖에 재계는 소수주주가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재도적 장치인 집중투표제의 도입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나타내 향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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