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금속 가공업 枯死위기…특소세 과중-기능인력 해외유출

  • 입력 1999년 8월 19일 19시 11분


세계적경쟁력을가진국내귀금속가공업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고사(枯死)위기에 빠졌다.

사치산업이란 인식 탓에 세금이 과중한 데다 세계적인 실력을 인정받는 고급 기능인력마저 대거 해외로 빠져나갔다. 가공업체들 사이에선 수출유망 업종인 귀금속가공업에 대한 정책 지원을 바라는 목소리가 무성하다.

▽고세율이 암거래 조장〓현재 순금을 도입할 경우 도입가격의 3%를 관세로 낸 뒤(재수출시 일부 환급) 다시 10%를 부가세로 물게 돼있다. 순금 이외의 보석장신구 등을 들여오면 100만원 어치 초과분에 한해 30%의 특별소비세를 내야 한다. 업체들은 “재수출해 관세를 돌려받으려 해도 서류작업이 번거로워 아예 암거래를 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익산보석가공업협동조합 박치수실장은 “선진국은 2∼5%의 세율만을 적용하고 있다”며 “세율을 낮춰 암거래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국민회의 김민석의원과 익산시청측에서 각각 부가세를 없애고 특소세율을 낮추는 가공업 활성화 법안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등이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보여 세율이 하향될 지는 낙관할 수 없는 상태.

▽고급인력 해외유출〓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해마다 국내 참가자들이 상위권을 독식할 정도로 국내 가공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IMF체제 이후내수경기가급락하면서2000명 이상의 가공인력이 실업자로 쏟아졌고 경력 7년을 넘긴 고급인력 상당수가 일본 미국 등으로 떠났다.

익산직업훈련원 관계자는 “일본에만 1500명 이상의 한국 기술자가 관광비자로 불법체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쪽 임금이 3배 이상 높기 때문에 인력유출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출환경은 좋아져〓수출에 특화하고 있는 익산단지의 경우 80여개 업체가 7월까지 수출한 귀금속은 모두 3900만달러 어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나 늘었다.

그러나 4000개에 달하는 국내 가공업체 중 80% 가량이 종업원 20명 이하의 영세업체이기 때문에 원화 가치하락의 호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일본 등에서 보내온 디자인에 맞춰 가공하는 ‘하청형’ 수출이 많아 부가가치의 상당부분을 주문업체에 뺏기는 실정이다. 국제무역박람회 등에서 주문을 따내는 선진형 영업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

지난해 금모으기운동 당시 활성화되는 듯했던 종합상사와 가공업체간 제휴도 자취를 감췄다. 귀금속가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이탈리아 등에서는 귀금속가공업을 대표적 수출 유망종목으로 간주한다”며 “환율상승과 인력 풀을 활용하는 지혜가 아쉽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