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환매허용 배경-전망]개인고객 항의에 '항복'

  • 입력 1999년 8월 18일 23시 38분


증권업계가 머니마켓펀드(MMF) 가입 개인고객에 한해 19일부터 대우채권비율의 95% 이상을 돌려주겠다고 나서 투신 수익증권 환매사태가 급류를 타게 됐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당장은 환매가 늘어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불안심리가 진정될 것”이라면서 시장반응을 예측하느라 분주한 모습.

▽MMF 환매 확대〓LG증권이 먼저 개인고객에게 MMF자금을 ‘전액’ 돌려주겠다고 치고 나섰다. 깜짝 놀란 현대 삼성 동원증권 등도 대우채권비율에 관계없이 개인 MMF 고객에게 전액환매를 약속했다.

증권업협회는 사장단에 급히 연락해 모든 증권사가 19일부터 대우채권비율의 95%를 환매해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비대우채권 부문은 물론 전액 돌려준다.

LG증권 등은 ‘고객과의 약속’을 이유로 협회의 결정에 관계없이 100% 환매를 고집하고 있어 변수는 남아있다.

▽환매확대 배경〓증권사들이 대우채권을 떠안는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MMF 자금의 대부분을 돌려주기로 한 것은 일단 고객들의 항의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 펀드 특성상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초단기자금이 대부분이라 원성이 높았다.

성난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이기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도 개인 MMF 고객에게 백기를 든 배경이다.

올 3월부터 신용등급 BBB- 이상 회사채만 MMF에 편입할 수 있었는데도 일부 계열 투신운용사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투기등급인 무보증 대우채권을 사들인 ‘죄’가 마음에 걸렸던 것.

▽문제점과 향후전망〓가장 큰 문제는 만기가 지난 단기 공사채형 펀드 고객들의 불만. 단기상품에 ‘잠깐’ 돈을 넣어둔 이들도 급하기는 MMF 고객들과 마찬가지.

대우채권 부실이 확정될 경우 결과적으로 증권사가 입게 될 손실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도 과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근본적인 문제는 모든 증권 투신사가 앞으로도 계속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다는 것. 환매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분명히 도태되는 곳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감위 고위관계자는 “내년 7월 이후로 미뤄놓은 투신사 구조조정 시기가 자연스럽게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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