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히트상품 '치고 빠지기 전술'…절정기때 후속 준비

  • 입력 1999년 8월 18일 18시 39분


‘사오정 전화기’ 하나로 작년 벤처기업의 스타가 됐던 YTC텔레콤. 호출기만한 크기에 수화기에 손을 대지 않고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는 이 전화기는 지난해 6월 시장에 내놓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6개월간 무려 40만대가 팔렸고 올해도 6월말 현재 25만대가 나갔다. 해외 각국에서 주문이 쇄도하는 ‘잘 나가는’ 제품이다.

직원수 30여명의 보잘 것 없던 YTC텔레콤은 ‘사오정 전화기’ 하나로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서 증권시장에 상장까지 했다.

지난주 코스닥에 오르자마자 연일 상한가를 기록중.

그러나 이 회사는 이 ‘보물’같은 제품 생산을 점차 축소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의 거의 100%를 차지했던 이 제품의 비중을 올해는 60∼70% 선으로 떨어뜨릴 예정.

효자제품을 스스로 ‘정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말이면 초소형전화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봅니다. 좋을 때 ‘다음 농사’를 준비해야죠.”

‘맑은 날에 우산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YTC의 변신은 중국과 국내 업체들의 모방 유사제품이 난립한 것도 이유가 됐다. 국내의 한 후발업체와는 특허분쟁까지 벌였다.

중국과 대만산은 조잡하지만 저가를 무기로 동남아를 파고들고 있다.

이 회사 연구 인력들은 요즘 무더위 속에서 신제품 개발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곧 다른 품목을 선보일 예정. 8명이던 연구개발 인력도 두배로 늘리는 등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히트 제품의 절정기 때 후속 제품을 준비하라.’

요즘 기업들의 새로운 상품 전략은 이렇게 요약된다. ‘반짝 전성기를 누린 다음 빠지기’전략, 그래서 ‘히트 앤드 런’전략으로 이름붙일 수 있다.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 모방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나타난 트렌드다. ‘광속(光速)’으로 변하는 상품의 유행주기도 한 이유. 순발력 있게 새로운 품목으로 전환하거나 버전업된 제품을 내놓아야 살아남는다.

특히 제품 발전 속도와 유행이 유난히 빠른 정보통신업계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휴대전화의 급속한 보급으로 입지가 좁아진 호출기업체의 선두주자들이 생산라인 변경작업을 벌이는 것도 같은 이유.

작년 수출액 140억원의 선두업체인 와이드텔레콤은 요즘 개인휴대통신(PCS)으로 생산라인을 변경중이다. 지금도 월 3만∼4만개씩 수출하고 있지만 무선호출기 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 텔슨전자 어필텔레콤 팬택은 이미 발빠르게 변신에 성공했다. 올해 4000만달러의 호출기 수출계약을 올린 한별텔레콤도 생산 라인을 변경중이다.

갈수록 장수 제품 보기가 힘들어지는 제과업계도 마찬가지.

‘몽셀통통’으로 고급 초코파이 시장을 장악한 롯데제과는 경쟁업체에서 유사제품이 등장하자 ‘업그레이드 통통’으로 개명, 1등을 지켰다. 1등업체라는 차별성을 부각시킨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

젊은이들의 기호가 수시로 변하는의류업체의인기브랜드에서도 이런 현상은 나타난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1등 업체라도 호황에 취해 새로운 변신 시기를 놓치면 도태된다”고 말한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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