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등에 우리제품 출연땐 제작비 지원"…PPL마케팅 유행

  • 입력 1999년 8월 11일 18시 33분


지난주 종영된 SBS 드라마 ‘해피 투게더’의 한 장면.

여주인공이 아르바이트 하는 아이스크림 가게 ‘배스킨 라빈스’에 그녀를 짝사랑하는 건달이 매일같이 드나든다. 이 건달은 어느날 ‘체리 주길래(죽일래)’란 아이스크림을 주문한다. 진짜 제품명인 ‘체리 쥬빌레’를 잘못 발음한 것.

건달의 이 한 마디는 순식간에 청소년들 사이에 퍼졌다. 자연히 제품의 인기도 급상승.

‘체리 주길래’는 PPL(Product in Placement)마케팅의 대표적 히트 사례로 꼽힌다. PPL은 드라마나 영화에 자사 제품을 ‘끼워넣어’ 간접광고 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기법.

영상 매체의 파급효과가 갈수록 커지면서 식음료 자동차업계를 중심으로 PPL마케팅이 전례없이 활발해지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영화나 드라마 제작진이 협찬을 요청하며 업체에 매달렸지만 이제는 거꾸로 업체들이 제작비 지원을 내걸고 제품 사용을 ‘부탁’하는 차원으로 ‘힘의 우위’가 바뀌었다.

제작비 지원 규모는 수천만∼수억원대. 배스킨 라빈스는 ‘해피 투게더’에 1억원 가량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빙그레는 ‘해피 투게더’의 후속 드라마 ‘퀸’에 ‘닥터캡슐’ 요구르트를 밀어넣으며 수천만원을 지원키로 약속했다.

SK텔레콤은 영화 ‘쉬리’의 극적인 마지막 장면에서 “SK텔레콤 소리샘입니다”라는 휴대전화 안내 목소리가 흘러나와 지원비 3000만원을 훨씬 능가하는 광고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

과거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에 제작비 12억원과 등장 차량 전부를 지원했던 현대자동차는 올해초 아예 PPL을 전담하는 대행사를 설립했다.

제작진이 제품을 ‘끼워넣는’ 수법도 다양하다.

영화 ‘은행나무 침대’에서는 주인공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하이트맥주’ 로고가 새겨진 맥주 운반차량 위로 떨어지도록 처리했다. 영화 ‘쉬리’에서는 공중전화 부스가 비쳐질 때마다 SK텔레콤의 ‘011’이 화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PPL이 반드시 성공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북경반점’에 거액을 지원하고 같은 이름의 라면 제품을 출시한 오뚜기는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자 제품 판매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업계는 92년 영화 ‘구미호’에서 저승사자가 ‘쥬시 후레쉬’껌을 씹는 조건으로 롯데로부터 제작비 3000만원을 지원받은 사례를 본격적인 PPL의 효시로 꼽는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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