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 자동차 빅딜 지연에 『부글부글』

  • 입력 1999년 6월 20일 18시 41분


삼성과 대우그룹의 자동차빅딜이 지연되면서 기업구조조정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헌재(李憲宰)위원장이 당초 삼성차빅딜의 시한을 12일로 못박고 지켜지지 않으면 귀책사유가 있는 쪽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했지만 마땅한 강제수단이 없어 ‘엄포용’ 발언에 그칠 분위기.

이위원장도 “제재를 하겠다고는 했지만 시한을 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해 현실적으로 제재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20일 금감위에 따르면 지금까지 내부적으로 거론됐던 제재방법은 △벌칙금리 부과 △신규여신 중단 △기존여신 회수 등 모두 채권금융기관을 통한 것. 그러나 이런 수단도 빨라야 2·4분기(4∼6월) 5대그룹 재무구조개선 이행실적 점검이 끝나는 7월초나 돼야 동원할 수 있다.

금융계는 “월별 재무구조개선약정 점검으로도 제재를 할 수 있게 했지만 4월 실적이 부진한 대우그룹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마당에 특정그룹에만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는 입장.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금감위가 금융감독원을 동원해 ‘귀책사유가 있는 쪽’을 압박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지지부진한 반도체빅딜을 촉진하기 위해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을 ‘활용’한 것처럼 ‘외곽을 때리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

금감위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삼성그룹이 늦어도 26일까지는 삼성자동차 부채처리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믿고 있다”며 “삼성생명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이 삼성차의 부채를 어떻게 떠안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빅딜이 늦어지면서 삼성―대우 두 그룹 간에도 서서히 갈등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과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 회동이후 재개됐던 삼성계열 금융사의 대우그룹에 대한 대출이 5월이후 한푼도 나가지 않은 것.

삼성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조건이 맞고 때가 되면 대우그룹에 대해 그룹 계열금융사들이 대출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2600억원 상당의 하나로통신 지분 1300만주(7.03%) 매각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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