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구조조정 거꾸로?]내부지분율만 더 높아져

  • 입력 1999년 6월 17일 19시 24분


정부가 선단식 재벌체제의 개편을 추진해왔으나 5대 그룹의 출자총액이 100% 이상 늘어나고 내부지분도 7%포인트 가까이 증가하는 등 계열사간 결속력은 1년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들은 특히 정부가 계열사간 채무보증을 규제하자 유상증자 참여의 형태로 부실계열사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현대 등 5대 그룹의 출자총액이 작년 4월 1일 현재 11조3000억원에서 올 4월 1일 현재 22조8000억원으로 11조5000억원(102%)이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6∼30대 그룹의 출자총액은 이 기간중 6조4000억원에서 7조1000억원으로 7000억원(11%) 늘어났다. 30대 그룹 전체적으론 29조9천억원으로 12조2천억원(68.9%)이 늘어났다.

▽유상증자가 대부분 차지〓올 4월 현재 그룹별 출자총액은 △현대 3조9878억원(1년전 대비 155% 증가) △대우 3조1330억원(148%) △삼성 1조167억원(39%) △LG 1조8326억원(71%) △SK 1조5488억원(39%) 등으로 현대와 대우의 증가율이 특히 높았다.

5대 그룹의 출자총액 증가분 중 유상증자 규모는 7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69%를 차지해 30대 그룹 전체 유상증자 규모 8조8000억원의 90%를 차지했다.

▽계열사 출자로 내부지분 상승〓공정위 강대형(姜大衡)독점국장은 “5대 그룹이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유상증자 주식의 상당부분을 계열사가 인수함으로써 내부지분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내부지분은 삼성이 44.6%에서 42.5%로 2.1%포인트 낮아진 것을 제외하고는 △현대 53.7%→56.4%(2.7%) △대우 41.0%→54.1%(13.1%) △LG 41.9%→52.4%(10.5%) △SK 58.4%→66.8%(8.4%) 등으로 높아졌다. 6∼30대 그룹의 내부지분도 41.3%에서 43.5%로 2.2%포인트가 높아졌다.

그러나 강국장은 “신규계열사 편입이 출자총액의 증가를 주도한 것이 아니어서 과거와 같은 무분별한 계열확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출자총액 제한제도 폐지〓작년 2월까지만 해도 30대 그룹은 순자산의 25%까지만 다른 기업에 출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기업에 대해서만 출자총액을 제한할 경우 외국기업과의 역차별문제가 발생하는데다 구조조정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에 따라 공정위는 작년 2월 이 제도를 폐지했다. 이 결과 내부결속은 더 강화된 셈이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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