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종합전시장」의미]무역 인프라 후진국 벗어난다

  • 입력 1999년 4월 29일 07시 52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종합전시장 입지가 28일 확정됨으로써 전시산업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

무역전시장은 세계무역기구(WTO)체제하에서 허용된 수출지원수단으로 독일의 경우 총교역의 80%이상이 무역전시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시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수출업체들이 양질의 제품을 생산해놓고도 해외 바이어들에게 제품을 소개할 기회가 드물어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전시장 후진국〓우리나라는 교역 규모는 세계에서 12번째로 크지만 기초적인 무역인프라인 무역전시장의 규모는 후진국 수준. 싱가포르와 대만에는 1만㎡ 이상의 무역전시장이 2개씩 있으나 국내에는 코엑스(COEX) 하나밖에 없다. 무역액 1억달러당 전시면적은 싱가포르가 7평인데 비해 우리는 2.5평에 불과하다.

선진국과의 격차는 더욱 심하다. 미국 독일은 20개 이상이고 일본도 6개나 된다. 독일의 경우 전체 교역량의 80%가 무역전시회를 통해 거래되며 무역전시회 관련 산업이 건설업보다 규모가 크다.

정부는 90년대 중반부터 뒤늦게나마 전시공간 확충에 나섰다. 서울(ASEM회의장 학여울무역전시장) 부산(부산종합전시장) 대구(대구무역센터) 등지에서 모두 2만1천평 규모의 전시장이 2000년말까지 속속 완공될 예정.

▽무역전시장 왜 중요한가〓인터넷상거래 등 대체수단이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지만 무역전시장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수출시장 확대 수단이다.

단순한 상품진열공간이 아니라 각국 바이어들과 함께 시장 및 기술 관련 최신정보가 교류되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설명.

무역전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95년 WTO체제가 수출부문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급을 강력히 규제하면서부터. WTO가 대신 무역인프라에 대한 지원은 교역촉진 활동으로 간주해 적극 권장하자 각국 정부는 경쟁적으로 무역전시장을 건설했지만 우리는 대응이 미흡했다.

▽입지선정 과정과 효과〓정부는 작년 4월 수도권에 무역전시장 건립 방침을 세우고 인천 송도신도시와 경기 고양시 일산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그 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에 의뢰해 선정기준을 마련한 뒤 28일 입지선정위원회에서 투표로 건립대상지를 결정했다.

그 결과 용역기관의 평가에서 근소한 점수차로 앞섰던 일산이 위원회 투표에서는 7대2의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상당수 위원들은 송도가 매립과정에 있기 때문에 공기를 맞추기 어렵고 매립지의 주변여건과 기후조건이 전시장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후문.

경기도측은 “일산 지역이 오래전부터 무역전시장 최적지로 평가돼왔다”며 수도권종합전시장 건립을 계기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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