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파업]파업鐵…사고鐵…서울시는 뭐하나?

  • 입력 1999년 4월 22일 19시 39분


서울시의 ‘파업대책’이 겉돌고 있다.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의 파업이 4일째 계속되면서 각종 운행중단 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노조측의 장기파업 전략에 따른 서울시의 대책이 미흡해 시민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파업 4일째인 22일 지하철 2∼4호선 운행시간이 2시간 가량 단축되면서 이날 오후 9시경부터 시내버스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평소보다 배 이상 늘었지만 버스의 배차간격은 평소와 마찬가지여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시가 버스 운행 마감시간만 평소보다 1시간 늘렸을 뿐 배차간격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

시는 파업 전 ‘지하철 운행시간이 단축되면 전세버스 1백30대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전세버스를 확보하지 못해 21일 밤 부랴부랴 이 계획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버스운행 대수는 조정하지 않았지만 마을버스 노선을 연장했으므로 운행대수가 늘어난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전세버스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놓은 상태여서 언제든지 확보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차질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안전사고 위험에 대한 서울시의 대처도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건(高建)서울시장은 열차 검수인력 부족으로 운행중단 사고가 잇따르자 22일 “전동차 제작사로부터 검수인력 4백40명을 지원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회사원 김대현씨(32)는 “동원 가능한 검수인력이 있었는데도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사고가 빈발하니까 뒤늦게 동원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하철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 전 노사협상 과정에서도 서울시는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노사협상의 쟁점은 구조조정. 이는 지하철공사가 책임지고 협상을 할 수 없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서울시가 노동법 절차에 따라 교섭권을 위임받아 협상주체로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그러나 서울시는 “우리는 협상당사자가 아니다”며 ‘노사정(勞使政)간담회’라는 비공식기구를 통해서만 대화에 나서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는 결국 노조측이 “우리는 성의껏 대화에 나서려 해도 공사측은 ‘우리에겐 권한이 없다’고 하고 또 서울시는 ‘공사와 협상하라’고 하니 우리로선 파업을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주장할 수 있는 구실을 주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노사정간담회를 통해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협상권을 넘겨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기홍·김경달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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