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한화 첫 자율 빅딜… 「유화」 합의서 교환

  • 입력 1999년 4월 14일 18시 47분


대림산업과 한화그룹이 국내 기업중 처음으로 정부주도가 아닌 자율적 ‘빅딜’에 합의했다. 핵심사업을 통합하고 비주력사업 부문을 맞교환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이번 ‘빅딜’은 과잉투자 후유증을 앓고 있는 다른 업종으로의 ‘자율 빅딜’ 확산과 외국자본 유치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빅딜 내용 및 일정〓대림과 한화는 14일 여천석유화학단지에 있는 한화종합화학과 대림산업의 나프타분해공장(NCC)을 분리해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합의서를 교환했다.

양사는 또 한화가 고밀도폴리에틸렌(HDPE)과 폴리프로필렌(PP)사업을 대림에 넘기고 대림은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선형 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사업 부문을 한화에 넘기는 비주력사업 부문 맞교환에도 합의했다.

세부협상과 실사를 거쳐 7월까지 기본계약을 체결한 뒤 10월초 50대 50 동일지분의 NCC통합법인을 출범시킨다는 계획. 양사 종업원의 고용은 전원 승계된다.

▽살아남기 위한 자발적 선택〓양사의 빅딜은 ‘강점은 취하고 약점은 버린다’는 원칙에 따라 비주력사업 부문을 과감하게 포기,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모범적인 ‘윈―윈 게임’이라는 평. 에틸렌은 통합법인이 생산하며 한화는 저밀도폴리에틸렌, 대림은 고밀도폴리에틸렌에 전념하게 된다.

통합법인의 에틸렌 생산규모는 연산 1백22만t에 달한다. 자동차 범퍼, 플라스틱 용기 등의 원료인 PP부문에서 대림은 한화공장을 인수함으로써 연산 80만t의 능력을 갖췄으며 한화는 LDPE와 L―LDP

E 부문에서 아시아 1위, 세계 11위 수준인 연산 72만t의 생산력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말부터 통합 논의〓양사는 지난해 삼성과 현대의 대산 유화단지 빅딜 발표 뒤 ‘여천과 울산단지는 각각 LG와 SK가 주도해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5대그룹의 방침에 위기감을 느껴왔다.

한화는 지난해 신설한 PP부문이 고전을 면치 못했으며 대림도 93년 진출한 LDPE과 L―LDPE사업에서 재미를 보지 못해 자연스레 빅딜논의로 이어졌다.

▽타업종에 자율빅딜 확산전망〓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철강 조선 정보통신 등의 업종도 이번 ‘자율 빅딜’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또 이번 빅딜로 외자 유치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경련 손병두(孫炳斗)부회장은 “삼성과 현대의 유화빅딜에서 일본 미쓰이화학이 통합법인에 1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만큼 이번 빅딜로 일본수출입은행의 자금을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 일본수출입은행은 최근 전경련에 구조조정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바있다.

〈박래정·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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