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소득신고액 턱없이 낮다…국세청,특별대책마련

  • 입력 1999년 3월 10일 07시 47분


변호사의 30%, 의사의 50%, 연예인의 80% 이상이 연소득을 기준금액이하로 신고해 세금이 크게 누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판매업 음식 숙박업자 같은 자영사업자의 62% 이상은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올해 안에 전문직종사자 및 자영업자의 과표현실화수준을 대폭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턱없이 낮은 신고소득〓9일 국세청이 처음 공개한 ‘97년도 귀속 전문직종사업자 수입금액자료’에 따르면 변호사는 전체 수입신고 인원의 34%, 연예인은 88%가 수입금액을 영세사업자에게 적용하는 기준금액(연1억5천만원) 이하로 신고했다.

또 의사 56%, 한의사 82%가 간이과세자 기준금액 이하로 낮게 수입 신고했다.

변호사 신고인원 2천5백명 가운데 1백20명, 연예인 2천4백명중 1천3백90명은 신고소득이 과세특례자 수준인 연 4천8백만원에도 미치지 못했고 신고대상 의사 3만2천1백명 가운데 2천3백50명도 이같이 턱없이 낮게 소득을 신고했다.

▽‘사’자 중엔 변호사 소득이 최고〓전문직종 사업자 가운데 수입과 소득이 가장 높은 사람은 변호사. 신고대상 변호사 2천5백명의 1인당 월평균 수입(매출)은 2천1백46만7천원, 수입액에서 사무실 운영비 인건비 등 비용을 뺀 월평균 소득액은 9백70만3천원이었다. 변호사들은 연간 평균 3천9백만원을 세금으로 냈다.

세금신고를 한 2천4백명의 연예인들의 월평균 수입은 변호사의 4분의 1 수준인 5백59만원, 월평균 소득은 2백1만원수준.

개업 의사들 중에는 외과의사(2천4백명)의 수입(월평균 3천5백83만원)이 가장 많았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6백25만원 정도. 산부인과의사(1천9백명)는 수입액 1천5백75만원에 월소득액은 3백60만원.

성형외과(5백명)는 수입액(1천23만원)에 비해 높은 소득(4백6만원)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9천5백명에 달하는 치과의사는 월평균 1천만원의 수입에 2백70만원, 한의사(6천3백명)는 7백66만원 수입에 신고소득은 2백54만원선.

우리나라 근로자의 97년도 월평균 신고소득액이 56만6천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전문직업인들의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문직 사업자들의 수입분포를 보면 변호사의 경우 △연간 신고수입액 5억원 이상은 2백20명 △3억∼5억원은 4백30명 △1억5천만∼3억원은 1천10명 △7천5백만∼1억5천만원은 5백80명 △4천8백만∼7천5백만원은 1백40명이었다. 1백20명은 연간 4천8백만원의 수입도 못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봉급생활자만 ‘봉’〓자영업자 판매업, 음식 숙박업 등 자영업자의 경우 과표현실화가 지극히 미흡해 종합소득세 총납세인원 3백41만명의 62.1%에 해당한 2백11만명이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이들의 수입금액 신고상황을 보면 판매업의 경우 하루 판매금액이 28만원미만 사업자가 43%에 이르고 있고 음식숙박업의 경우 86%에 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의 경우 과세표준 현실화가 52.2%에 그쳐 거래세원의 반 정도가 탈루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립대 최명근(崔明根)교수는 이날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국세행정개혁토론회’에서 “일본의 경우 실질소득 대비 근로자는 90%, 사업자는 60%, 전문직종사자는 40%의 소득에 대해서만 납세를 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과표현실화 정도가 이보다 더 악화된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권순직(權純直)동아일보편집부국장 김태일(金泰日)전경련상무 나성린(羅城麟)경실련정책위원장 현진권(玄鎭權)조세연구원연구위원 등은 과표현실화를 통해 세부담형평을 제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