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재평가통한 부채율 축소]재계 『법에 어긋나』반발

  • 입력 1999년 3월 9일 19시 04분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을 시세(市勢)대로 재평가하는 ‘자산재평가’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재계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재벌개혁 수단 중 가장 확실한 압박카드인 ‘부채비율 200% 달성’이 자산재평가 허용여부에 따라 양상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채권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부채비율 산정시 재평가자산 불인정’원칙을 강조했지만 재계는 물론 채권은행 관계자들마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재계는 ‘국제관행 및 실정법에 어긋난다’는 기존 주장에 덧붙여 정부 정책의 불투명성을 부각하며 역공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딜레마〓기업 자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평가액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1백억원에 구입한 자산이 수년후 3백억원으로 가치가 커졌을 경우 이를 재평가해 재무제표를 작성한다면 돈 한푼 들어오지 않더라도 2백억원의 자본증가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가 자산재평가와 계열사 현물출자분을 부채비율 계산시 제외하려는 것은 현금흐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 금융감독원은 자산재평가에 제동을 걸면서 재벌들에 ‘몸통을 팔아치우는’ 구조조정으로 올해말까지 부채비율을 200% 밑으로 낮추라고 요구해왔다.

문제는 지난해 자산재평가법이 개정돼 84년 이후 구입한 토지에 한해 자산재평가가 부분 허용되면서부터. 세수증대와 재벌들의 은행 담보가액 상향조정이란 이해가 맞아떨어진 때문이었다. 재계는 “외화부채를 환율에 맞춰 재평가하면서 자산재평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지속적으로 형평성 문제를 부각시켜왔다.

▽재계의 반발〓재계는 지난주 금감원 당국자의 자산재평가 불인정 발언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기류다. 전경련 관계자는 9일 “금감원의 어느 누구도 공문으로 자산재평가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며 “자산재평가는 기업들의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뒤늦게 자산재평가를 들고 나온 것은 빅딜을 조기 타결시키기 위한 우회압박 작전이라는 풀이다.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자산재평가〓재계는 그동안 자산재평가와 관련해 정부 역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는 판단에 따라 의식적으로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 정부도 자산재평가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정리하지 않되 재벌 구조조정의 속도가 미진하거나 외자유치 실적이 지지부진할 경우 채찍으로 사용해왔던 측면이 강하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금감원 입장

재계의 반발 움직임에 대해 허만조(許萬朝)금융감독원 감독9국장은 9일 “재무구조약정의 부채비율 200%달성에서 자산재평가와 현물출자에 의한 부채감축은 제외시킨다는 방침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허국장은 “자산재평가와 현물출자에 의한 부채감축은 실질적인 재무구조개선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외부에서 현금유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규진기자〉m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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