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율대책]외채 조기상환-외자유치 연기

  • 입력 1999년 1월 6일 19시 19분


정부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공기업의 외자유치를 미루고 외채상환을 적극 독려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는 6일 정덕구(鄭德龜)차관 주재로 환율대책회의를 갖고 이처럼 달러를 간접적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여기서 대체로 합의된 적정 환율은 달러당 1천2백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미한 정책수단〓재경부 대책의 요점은 ‘달러빚을 빨리 갚고 필요하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사라’는 것. 이를 위해 그동안 외화차입을 추진해온 도로공사(10억달러) 토지공사(5억달러) 주택공사(3억달러)에 차입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키로 했다.또 원화자금으로 할 수 있는 국내 건설공사에는 외화를 끌어들이지 않도록 권유할 방침이며 국제통화기금(IMF)차입금 중 올해 갚아야 하는 96억5천만달러를 연기하지 않고 연내에 상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이와 함께 3월말 만기도래하는 38억달러 규모의 금융권 단기외채도 국내 외환시장에서 외화를 조달해 조기 상환토록 유도키로 했다. 특히 6월말까지 한국은행에 갚도록 돼있는 시중은행들의 외채상환지원자금 30억달러의 상환일정을 앞당기도록 권유할 방침이다.

▽고민하는 외환당국〓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직접 개입은 될수록 자제한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IMF와의 합의를 어기고 환율을 조작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이유는 개입했다가 실패할 가능성 때문. 섣불리 개입을 했다가 만약 달러값 하락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달러값은 경제 기초여건과는 무관하게 단기적인 공급과잉 때문에 9백원 이하로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엔화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당국이 다급해하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당국은 아직 직접 개입할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

재경부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 외환보유액을 1천억달러 이상 쌓아두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원화가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통화인데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정부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을 힘을 갖추려면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쌓아두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설명.

홍콩이나 대만이 헤지펀드의 공략에도 자국의 통화가치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대 수준인 2천억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액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반병희·이용재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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