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빅딜案 거부]『더 세게 뼈 깎으라』 요구

  • 입력 1998년 12월 1일 08시 08분


정부가 5대그룹의 사업구조조정안을 확정하기 위해 막바지 총력전을 펴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직접 정재계 간담회를 주재하겠다고 나선 것은 5대 재벌 구조조정의 시한을 앞두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연말까지 구조조정의 골격을 완성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금융기관 협의기구인 사업구조조정추진위원회는 5대그룹의 4개업종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계획안 가운데 철도차량 항공기제작 석유화학 등 3개업종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면서 재계에 압박을 가했다.

사업구조조정추진위원회는 5대 재벌이 전혀 손실분담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좀더 가시적인 자구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정부 불만〓금감위는 3개 업종 빅딜안에 대전제인 강력한 자구노력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좀더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인식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5대그룹이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업종별 경영개선계획서를 보면 요구하는 것은 구체적이고 과도한데 자구계획은 애매모호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예를 들어 5대그룹이 빅딜과 관련해 현재 출자전환을 요구하는 대출금은 총 1조3천억원 규모.

금감위는 5대그룹의 이같은 태도가 ‘선(先) 자구노력 후(後) 금융지원’이라는 재벌구조조정의 기본원칙에 어긋날 뿐더러 경제난을 불러온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특혜만 요구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5대 재벌은 빅딜계획안에 3개업종의 누적손실을 분담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않고 있다”면서 “금융지원을 받으려면 기존 주주의 손실 분담방안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시한 촉박〓연내 마무리라는 시한을 감안할 때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것이정부의고민.

다시 공을 넘겨받은 5대그룹은 12월말까지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확정짓기 위해 금주중에 빅딜안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채권단은 재무구조개선약정에 7대업종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못박았다. 석유화학 항공기제작 철도차량 등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에 대해서만 내년말까지 부채비율 200% 달성방안을 만들려고 했던 5대그룹으로서는 부담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금감위는 11월30일이 경영주체 선정 시한이었던 반도체에 대해서는 “외국평가기관의 실사가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며 여유를 주었다.

정부는 5대그룹이 구조조정의 큰 틀을 연내에 마무리짓지 못하면 내년에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빅딜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시한을 넘기면 내년부터 주채권은행이 △한계 계열사 및 사업부문의 매각 또는 정리 △신규여신 중단 △보증채무 이행청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에 나설 방침이다.

강봉균(康奉均)청와대경제수석은 30일 “구조조정이 잘 진행되고 있으며 연말까지는 마무리될 수 있다”고 말해 29일 김대통령을 만난 김우중(金宇中)전경련회장이 대타협안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부의 중재〓정부는 사업구조조정 대상 7개업종의 경우 단일법인을 설립하는 계열사의 부채를 그룹내 다른 계열사들이 떠안는 방법으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방안을 재계에 제시할 계획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사업구조조정추진위원회의 일부 업종 빅딜안 수용거부는 최종 결정이 아니며 내주중에 보완해서 제출하면 된다”며 “재계가 현실적인 안을 내놓도록 독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진·박현진·신치영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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