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민간硏,경기저점 논란 재연

  • 입력 1998년 11월 25일 19시 17분


“경기위축 과정이 종착역에 다다른 느낌이다. 지표로 따져볼 때 더 이상의 경기하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이성태(李成太)조사부장은 3·4분기(7∼9월) 경제성장률 -6.8%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국내 경기가 미끄럼틀이 꺾어지는 밑둥까지 타고 내려온 것 같다”는 말로 바꿔 표현하기도 했다.

경기 저점과 관련해 정부는 내년 3∼4월, 민간경제연구소는 이보다 다소 늦은 내년 2·4분기(4∼6월) 또는 하반기(7∼12월)로 예측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은의 이번 분석으로 경기저점이 좀더 빨리 오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기 저점의 정의〓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플러스 성장이 2분기 이상 계속될 때 직전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시점을 경기저점으로 보고 있다. 10∼12월 성장률이 -5%를 기록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어 7∼9월을 저점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다만 전분기(2·4분기)와 비교했을 때 7∼9월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 이부장은 “경기저점에 도달했다기보다는 경기위축 과정이 거의 끝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의 반응은 시큰둥〓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李漢久)소장은 “산업기반이 붕괴직전에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7∼9월 또는 지금이 저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소장은 “더이상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경기가 바닥권에 상당기간 머물러 있는 ‘L’자형 성장체제가 나타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소비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정부의 재벌압박이 계속 펼쳐질 것으로 보여 플러스 성장이 가시화되는 ‘U’자형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연구위원도 “하강속도가 둔화되면서 경기가 바닥권에 접어든 분위기이지만 플러스로 반전하는데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운기자〉k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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