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개발공사 『베일속 北석유 경제성 미지수』

  • 입력 1998년 11월 5일 19시 34분


북한지역의 석유 매장 가능성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한마디로 석유매장 가능성을 전면 부인할 수도, 그렇다고 충분히 경제성이 있어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는 확신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석유개발공사 관계자는 5일 “석유가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것을 개발할 가치가 있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북한은 마치 ‘핵(核)정책’처럼 석유개발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석유 매장 가능성〓북한의 육해상에는 모두 8개의 퇴적분지(지도 참조)가 있다. 이중 석유부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지는 서한만분지 동한만분지 안주분지 등 3개 분지.

평앙분지 온천분지 길주분지 경성만분지 동해심부분지 등은 분지 규모와 퇴적층 두께 및 깊은 수심 등으로 석유부존 가능성이 낮거나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서한만분지. 석유생산 지역인 중국발해만분지와 지질학적으로 유사하고 85년에 4백50배럴의 원유가 산출된 바 있으며 근원암(根源岩)의 존재가 확인돼 석유부존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러나 이 지역의 석유부존 가능성을 알기에는 현재 입수된 정보가 너무 미미해 반드시 추가탐사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유개공의 분석이다.

유개공은 수년전부터 북한에 70∼85년 탐사자료를 건네줄 것을 요청해왔으나 북한은 이를 거절했다. 유개공은 최근에야 이를 이달중 넘겨받기로 했으나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유개공 이명헌(李明憲)기술역은 “북한의 탐사가 낙후된 소련의 기술로 이뤄져 제대로 테스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너무 오래된 자료라 이를 통해 지질구조를 밝히기도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50억∼4백억 배럴의 매장량을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석유 근원암의 석유생성 능력을 이론적으로 계산한 것으로 별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수치라는 것.

이기술역은 “물리탐사 시추 산출시험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이에는 시추공 하나당 1천만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며 “석유가 나오지 않으면 막대한 자금을 날리게 돼 선뜻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에 공동개발을 제의한 배경〓북한에는 현재 스웨덴의 타우르스사, 호주의 비치 페트롤리엄사, 캐나다의 소코사 등 소규모 업체들이 채굴권을 확보하고 석유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자금으로 이들 업체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시추는 전혀 하지 못한 채 물리탐사 활동만 벌이고 있는 것.

북한당국이 현대에 공동개발을 제의한 것은 이들 외국업체에 자극을 주고 외국회사의 기술과 현대의 자금으로 탐사를 시도해 보려는 의도인 것으로 유개공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 그동안 이들 업체는 수차례 현대 삼성 대우 등에 자금제공을 통한 지분참여를 제의해왔으나 신빙성있는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해 국내기업들이 참여 자체를 보류해온 상황.

한편 북한이 투자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제스처를 보이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개공 나병선(羅柄扇)사장은 “석유매장 가능성이 있는 후진국의 경우 외국의 석유개발회사가 제일 먼저 참여해 투자하고 그것이 다른 산업에의 투자로 확산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현대라는 지명도 있는 기업을 유전개발에 끌어들임으로써 다른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풀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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