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아自 인수-對北사업 독점등 삼성 따돌려

  • 입력 1998년 11월 2일 19시 12분


‘현대 전성시대.’

현대그룹이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여타 그룹과는 대조적으로 기아인수, 대북경협의 주도권 장악 등 대형 프로젝트를 독식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는 그동안 수위를 다퉈왔던 라이벌 기업 삼성을 단숨에 따돌리고 사업영역과 매출 규모면에서 타그룹의 추종을 불허하는 완전한 ‘독주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견된다.

현대의 이같은 사업확장을 놓고 재계와 학계에서는 구조조정 노력은 외면한 채 재벌의 폐해로 지적돼 온 1사 집중과 선단(船團)식 경영을 더욱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배치되는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 독주하는 현대 ▼

현대는 최근 한남투자신탁을 비롯해 기아자동차 한화에너지 등을 인수한데 이어 대북사업의 독점권까지 확보했다.

현대는 연간매출 7조원 가량의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 3조원가량의 한화에너지를 인수하게 됨으로써 그룹매출이 작년 64조원에서 최소한 70조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자산규모도 2위인 삼성을 크게 따돌렸다.

▼ 의기소침한 재계 ▼

현대의 독주와는 대조적으로 삼성 대우 LG는 구조조정 와중에서 사업축소 등 침체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기아자동차 인수 실패, 중장비 부문 매각 등으로 제조업 기반이 축소됨에 따라 당분간 ‘중후장대형’사업보다는 ‘소프트형’사업에 주력한다는 입장. 특히 삼성은 전자와 금융 중공업 등 핵심 사업을 제외하곤 단계적으로정리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대우그룹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수십억달러의 외자유치 협상이 난항을 겪음에 따라 상당한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세계경영’추진으로 해외자금의존도가 높은 대우는 IMF사태 이후 한국의 국가신인도가 떨어지면서 외채상환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LG그룹도 주력사업을 화학 전자분야로 압축하고 한계사업 정리에 나서고 있어 당분간 사업확장은 어려울 전망. 특히 전자부문의 핵심사업인 반도체사업마저도 빅딜대상으로 내놔야 할 처지에 놓였다.

▼ 현대 공룡화 우려 ▼

재계에서는 “IMF위기로 다른 그룹들이 위축되고 있는 틈을 타서 현대가 지나치게 몸집 불리기로 가는 것 아니냐”며 현대 독주체제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식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아 한화에너지 등 부채가 많은 대기업을 인수하고 수십조원의 투자자금이 필요한 대북경협까지 본격화할 경우 자칫하면 대형부실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

고려대 이필상(李弼商)교수는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할 상황에서 현대는 오히려 선단식 경영으로 치닫고 있다”며 “현대의 확장은 경제력집중을 더욱 강화해 우리 경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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