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경제회견]은행 「대출창구」 내년돼야 열릴듯

  • 입력 1998년 9월 28일 19시 51분


숨가쁘게 진행됐던 1차 금융구조조정이 이달말 마무리된다. 이제부터는 돈줄을 꽁꽁 틀어막은 신용경색 현상을 해소하는데 주력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1차 구조조정 의미〓정부 주도로 사상 처음 실시된 1차 금융구조조정에 따라 5개 은행이 퇴출되는 등 모두 55개 금융기관이 퇴출되거나 정리 절차를 밟고 있다.

1차 금융구조조정에서 제외된 투자신탁회사에 대한 처리 방안을 마련하고 조건부로 회생을 허락받은 금융기관들이 정상화되도록 경영개선계획을 부단히 챙기는 과제가 남아있다.

당국은 금융기관을 대거 퇴출시키는 방식의 금융구조조정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앞으로는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정기 점검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환하게 된다.

▼신용경색 해소될까〓금융관계자들은 “기업 구조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아 시중자금이 생각만큼 낮은 금리로 원활하게 기업에 공급될지 미지수”라고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용경색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엄격한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규제와 △기업도산에 대한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부실대출로 만신창이가 된 은행이 퇴출 또는 강제합병 대상으로 지목될 것을 우려, 대출은 커녕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기에 급급했다.

정부는 이 때문에 은행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총 64조원의 재정투입 계획을 마련했으며 연말까지는 BIS비율이 최소한 10% 이상 올라가 적극적인 기업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박철(朴哲)부총재보는 “경색된 시장 분위기를 단번에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정부의 재정지원과 대출 독려로 기업으로 유입되는 자금규모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경기를 진작시킬 정도로 충분히 자금공급이 이뤄지겠느냐는 것.

금융연구원 지동현(池東炫)연구위원은 “망할 기업과 생존할 기업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대출창구가 쉽게 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전문가들은 경기부양보다는 금융 구조조정에 비중을 더 둘 필요가 있으며 이런 가운데 기업 구조조정을 착실히 진척시키면 내년부터는 신용경색이 본격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 평가

▼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연구위원〓보호막에서 안주하던 금융기관에 대한 본격적인 개혁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부문의 소유구조개선과 은행경영방식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인수합병(M&A)과 자산부채이전(P&A)으로 금융기능이 정상화될지는 의문이다. 부실기업 등의 퇴출이 없이 국제결제은행(BIS)비율에 집착하다보니 신용경색이 심해졌고 재정지원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높아진 BIS비율조차 다시 낮아지고 있다. 부실부문의 퇴출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구조조정 과제를 완료하지 못한채 M&A 등 중장기과제에 매달림으로써 단기간에 성취할 수 있는 과제를 스스로 어렵게 만들었다.

▼삼일회계법인 최상태(崔相太)상무〓은행들이 금융기관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한 여신심사 등 위험관리 업무는 여전히 미흡하다. 위험관리 분야에 선진기법을 도입, 불경기에도 생존가능한 기업들에 적극적인 대출을 해줘 경기침체의 충격을 완충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현재 국제수준으로 상향조정하고 있는 은행회계처리기준을 더욱 강하게 적용, 부실가능성을 조기에 발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강운·이용재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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