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이후]『이제는 빅딜』…23일이후 본격협상

  • 입력 1998년 6월 19일 20시 11분


우여곡절을 겪었던 현대 삼성 LG그룹간 ‘삼각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이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와 정치권을 매개로 본격적인 협상단계에 들어갔다.

19일 재계 및 여권에 따르면 3개 그룹은 ‘현대유화→LG, 삼성자동차→현대, LG반도체→삼성’이라는 빅딜 방안을 원칙적으로 수용키로 하고 정부와 금융감독위 등을 상대로 ‘등가(等價)’를 보장해줄 다각적인 세제 금융 지원책 등을 타진하고 있다.

▼정부 여권 모두가 만족하는 빅딜방안은〓여권 관계자는 “삼성은 LG반도체 인수후 해외매각을 할 경우 세금면제 등을, 현대는 2조3천억원에 달하는 삼성자동차의 부채 탕감방안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치권과 정부가 삼성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지 않도록 ‘빈칸을 메우는’ 방안을 놓고 고심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그동안 ‘빅딜 개입설’을 극력 부인했던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는 18일 “삼각빅딜 외에 추가 빅딜도 있을 수 있다”고 언급, 세 그룹의 빅딜을 기정사실화했다.

▼반발했던 재계, 빅딜 지지로 선회〓세 그룹의 미묘한 이해 차이 때문에 ‘인위적 빅딜은 문제’라고 토를 달았던 재계도 1백80도 입장을 바꿨다. 19일 오후 긴급 소집된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시 회장단회의에서는 정부와 은행 주도로 이뤄지는 빅딜안에 대해서도 ‘조건없는’ 지지를 표시했다. 김우중(金宇中)전경련 회장대행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구본무(具本茂)LG회장을 비롯해 이계안(李啓安)현대경영전략팀부사장 강진구(姜晉求)삼성전기회장 등 세그룹 대표들이 참석, 빅딜안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번 빅딜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마지못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최종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데 충분한 시간을 줘야 후유증이 없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세그룹, 치열한 물밑싸움〓세 그룹간 직접적인 빅딜논의는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 등 현대의 최고위층이 돌아올 23일 이후 이뤄질 전망. 세 그룹 실무임원들은 이미 구체적인 협의를 위한 준비접촉을 시작했으며 각 그룹의 외곽에선 본격 협상시 우세를 점하기 위한 논리개발과 함께 치열한 물밑 홍보전을 펴고 있다.

그중에는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다른 틀의 빅딜도 모색해야 한다’(삼성) ‘참가자가 모두 만족하기 위해선 삼각 뿐만아니라 양자빅딜 등도 검토해야 한다’(LG) ‘빚덩이 삼성자동차를 끌어안으면 우리도 부실화된다’(현대)는 주장처럼 현 빅딜의 틀을 부정하는 것도 있다. 앞으로의 본격협상에서 충분한 시간과 치밀한 조정역(役)이 필수적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빅딜의 막간을 틈타 경쟁업체의 영업기반을 잠식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어 기왕할 바에는 속전속결이 바람직하다고 실무진들은 말한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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