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기업 발표되면?]채무支保 우량계열사 충격 클듯

  • 입력 1998년 6월 17일 19시 13분


금융감독위원회와 은행권이 1차로 정리(퇴출)할 부실대기업의 명단을 확정해 17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함에 따라 기업구조조정이 본격 점화됐다.

이 과정에서 실물 및 금융부문에 단기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지만 부작용을 잘 수습하면 기업경쟁력 회복은 물론이고 금융시장을 정상화시키고 대외신인도가 회복될 기회도 생긴다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금감위는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도 부실판정을 계속해나갈 계획.

▼퇴출절차▼

일단 이번에 분류된 1차 퇴출대상 기업들은 해당 그룹이 재무약정을 통해 스스로 ‘포기의사’를 밝힌 계열사가 대부분이어서 정리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각 은행은 퇴출기업 명단이 발표되는 대로 기업구조조정팀(워크아웃팀)을 구성, 회생불가로 선정된 기업을 재실사하게 된다. 회생가능기업으로 분류된 기업도 구조조정팀에서 재실사를 받아 △증자 △대출금 출자전환 △만기연장 등 회생에 필요한 지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회생불가로 판정된 기업이 워크아웃팀에서 ‘재기’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추가지원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곧바로 자금압박을 받아 부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청업체의 진성어음은 일부 결제를 해주겠지만 기존 대출금의 만기연장에는 최대한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처리가 되면 청산절차를 거쳐 자산을 매각하고 여기서 마련된 자금은 부채상환에 사용된다. 또 모기업은 퇴출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을 책임지고 해소해야 한다.

▼ 파장 ▼

금감위는 부실기업을 신규대출 중단과 기존대출 회수 등의 방법으로 정리하겠다는 방침. 일단 명단이 공개되면 해당기업은 파상적인 자금회수 공세에 시달릴 수밖에 없어 부도가 불가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위 관계자는 “정리대상 기업은 누가 보더라도 퇴출이 불가피한 기업이어서 부도가 나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고합 한화 등 협조융자 그룹은 계열사간 상호지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모기업이 퇴출대상으로 판정받을 경우 ‘그룹 해체’와 같은 위력을 발휘할 전망.

또 하나의 문제는 채무지급보증을 해준 우량계열사들의 운명. 부실계열사가 우량계열사의 채무지급보증과 내부거래 등을 통해 목숨을 연명해온 것은 우리 기업의 오랜 관행이어서 부도도미노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이 우려된다.

▼부작용 대책▼

정부는 이같은 악영향을 줄이고 구조조정 효과를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중이다.

우량계열사가 떠안는 부채에 대해서는 은행권이 △일시 상환유예 △원리금 감면(부채탕감) △출자전환을 해주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원대상에는 회생가능성이 충분하면서도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도 포함된다.

또 은행권이 부채구조조정이나 출자전환 등을 통해 안게 된 자금부담은 특별목적기구(SPV)가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해줌으로써 금융권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에 가속도를 붙인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연쇄부도와 금융시장 혼란에 대한 걱정은 크게 줄어든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장영(李長榮)연구위원은 “외국인들도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의 선을 하루 빨리 그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전문가들은 “부실기업 명단이 공개되면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돼 장기적으로는 주가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금감위와 은행권이 특혜시비를 우려해 회생가능한 기업에 대한 지원에 몸을 사릴 경우 연쇄부도 가능성이 현실화할 우려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강운·천광암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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