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진행 어떻게…]「삼각빅딜」 아이디어로 발전

  • 입력 1998년 6월 16일 19시 44분


16일 빅딜에 대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질책이 전해지자 관련 기업 관계자들은 일제히 ‘입조심’을 하기 시작했다. LG그룹 등은 관련 임직원에게 ‘함구령’까지 내렸다. 그러나 빅딜이 통치권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날 확인됨에 따라 ‘인위적인’ 빅딜에 대한 재계의 당혹감과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빅딜의 실체는〓정치권이 추진했던 빅딜 초안은 삼성자동차와 현대 반도체를 교환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현대가 과잉생산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현실을 들어 난색을 표하자 LG를 끼워넣는 방안이 모색됐다. 삼성차를 현대가 인수하는 대신 유화를 LG에 넘기고 LG가 반도체를 삼성에 넘기는 ‘삼각빅딜’의 아이디어가 여기서 나온 것.

이 구상에 3개 그룹 총수들이 마지못해 동의하자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가 김중권(金重權)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좌초위기 맞았던 빅딜〓3개 그룹 구조조정본부 고위층이 빅딜안을 전달받은 것은 김실장 발언 하루전인 9일. 이날 LG그룹 등은 구조조정본부 고위층만이 참석, 긴급 심야회의를 열었다.

10일부터 현대 LG를 중심으로 재계의 동요와 반발이 심해졌다. 두 그룹은 자생력이 떨어지는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는 대가를 지나치게 치른다고 불만이 대단했다는 후문. 현 자산가치와 성장성을 놓고볼 때 대산 유화단지 본격 가동을 앞둔 현대나 외국인들의 ‘입질’이 끊이지 않은 반도체를 내줘야 하는 LG가 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

▼막판 거부는 누가〓현재 LG가 반도체의 지분매각을 서두른 것이 빅딜을 어렵게 만든 것으로 재계는 보고있다. 이와 관련, LG그룹 관계자는 “빅딜이 공식화되기 전 반도체 지분을 조속히 인텔 등 외국에 넘기는 것이 유리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막판까지 버티다고 구본무(具本茂)회장의 결단으로 최종순간에 반도체를 내놓겠다고 동의했다는 것. 이렇게 되자 이번엔 또 다른 그룹이 나자빠져 빅딜이 좌초상태에 빠졌는데 막판 거부기업이 바로 현대라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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