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상황실 공무원, 실직 걱정하며 실업정책 개발

  • 입력 1998년 6월 14일 18시 42분


실업대란(大亂)시대를 맞아 행정자치부 ‘실업대책상황실’은 가장 바쁘고 중요한 사무실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실업정책을 집행하고 자치단체의 실업대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3월말 설치된 이 상황실의 업무는 △8만여명이 참가한 공공근로사업 현황파악 △2백48개 자치단체별 실업대책 추진상황 점검 △중앙부처 실업대책상황실 업무조정 △실업정책 개발 및 대책회의 참석 등이다.

그러나 직원은 8명뿐. 수시로 야근까지 하지만 항상 일손이 부족하다. 주위에서는 상황실 직원을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잘나가는 공무원’이라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실정을 잘 모르는 얘기일 뿐이다. 실직자를 위한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 모두가 실직 ‘대기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방자치기획단에서 차출돼 일하던 이들은 새정부 출범 후 정부조직개편으로 기획단이 없어지고 공무원 감축바람이 불면서 보직을 잃어버렸다.

게다가 상황실이 만들어질 때만 해도 정부가 공공근로사업을 임시 현안으로만 생각하고 조직을 상설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이들은 직제상에도 없는 임시기구의 정원외 잉여인력이다. 내년 3월까지 보직을 못받으면 면직 1순위가 될 처지에 놓여있다.

이들에게는 사무실 운영비와 직책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결재권과 문서발송권도 없어 다른 부서의 이름을 빌려 공문을 보낸다.

반면 이들의 지침을 받는 중앙부처 및 자치단체 실업대책상황실 직원은 모두 보직 공무원이다. 무보직 공무원이 중앙 및 지방의 보직 공무원들을 지휘하고 실직대기자가 실직자를 위한 공공근로사업을 운영하는 셈이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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