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권실장등 3人, 재벌빅딜 추진상황 묘한 시각差

  • 입력 1998년 6월 11일 21시 13분


재벌 그룹의 ‘빅딜’(대규모 기업 교환)이 임박하기까지에는 여권의 몇몇 핵심 인사들의 보이지않는 역할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 박총재는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이 10일 공개석상에서 “빅딜의 구체적인 내용은 박총재에게 물어보라”고 말할 정도로 그동안 빅딜 추진에 깊이 관여해 왔다.

물론 박총재는 11일 “빅딜은 커녕 스몰딜도 모른다”며 발을 뺐다. “빅딜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기업들이 서로 알아서 할 일이지자민련총재가좌지우지할사안이아니다”는얘기였다.

측근들은 “총재가 김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강하게 질책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당의 총재로서의 신분과 업무의 성격상 공개적으로 시인하기 어려울 뿐이지 실제로는 빅딜의 막후 조정역을 해왔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편이다. 한 관계자는 “박총재가 틈틈이 짬을 내서 서울 공덕동 개인사무실 등에서 재벌 총수나 실무 간부들을 만나 빅딜 주문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됐으며 박총재는 논의 결과에 따라 자신이 직접 만나기 어려울 경우 전포철회장인 황경로(黃慶老)경제특보를 보내 의견 조율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빅딜의 진전 상황에 대해선 여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실장은 “5대 그룹간의 빅딜을 포함해 대기업의 구조조정안이 수일내에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박총재의 한 측근은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박총재가 9일 김실장을 만나 한 얘기도 “대기업 중 하나가 빅딜에 참여하겠다고 그랬지 빅딜에 승복했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바로잡았다.

반면 빅딜 조정의 또다른 주역으로 알려진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은 11일 “결과가 발표되면 깜짝 놀랄 정도로 진척된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밑그림만 그려진 상태였지만 지금은 한두개 정도의 빅딜이 성사단계에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잡아뗐다.

그러나 그는 “빅딜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며 자신의 역할을 축소했다.

정부 여당이 빅딜의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없는 만큼 현정부의 출범을 전후해 빅딜의 방향에 대해여러번언급한데이어 진전 상황을체크해왔다는설명이다.

하지만 방미중인 김대통령이 귀국하기 전 재벌 구조조정의 성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여권에서 분주히 움직였다는 얘기가 많다.

특히 각 기업의 주채권은행들이 부실기업을 판정하면서 30대 그룹 계열사를 제외했다가 김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뒤 기업들에 대한 압력이 강화됐다는 소문이 재계에 무성하다.

김실장의 빅딜 발언도 김대통령의 귀국 전 최후 통첩 성격이 짙다는 것이 정치권 주변의 분석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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