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협조융자 의미]기업 살리되 소유권은 은행에

  • 입력 1998년 5월 19일 06시 30분


동아건설이 6천억원에 이르는 은행권 협조융자를 받게 됨으로써 일단 부도위기를 모면하고 정상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동아건설 관계자는 “대출금 상환 압박이 점차 심각해져 협조융자 결정이 조금만 늦어졌어도 부도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이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 대내외 신인도를 급속도로 회복하고 곧바로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건설은 은행권의 결정이 내려지기에 앞서 18일 오전 강도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협조융자〓동아건설은 6일 3차 협조융자를 신청하면서 6천억원을 한꺼번에 협조융자하는 방안 또는 연리 11.75%로 3천5백억원을 융자해주고 원리금 상환을 6개월 동안 유예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올해 자금 사정으로 보아 6천억원이 필요하나 상반기중 만기도래어음 결제, 차입금 상환, 중단된 공사 재개에 필요한 3천5백억원을 5월중 지원받고 원리금 상환을 6개월 유예받는다면 회생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채권은행이 합의한 지원조건은 6천억원을 협조융자하고 기존 여신에 대해 1년간 상환기간을 연장하며 금리는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 11.5%가량) 수준으로 경감하는 것이다. 일부 채권에 대해서는 출자전환도 고려하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동아건설의 회생을 확실히 보장해주는 대신 은행이 경영권 및 소유권을 장악하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해나가겠다는 의사표시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과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 동아건설에 사상 최대의 협조융자를 제공함으로써 정부 스스로 앞뒤가 맞지 않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회생 가능성〓동아건설은 무엇보다도 상반기중에 있을 예정인 13억달러 규모의 리비아 대수로 2차공사 추가공사와 12억달러 규모의 3차공사 1구간공사 수주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협조융자 결정을 반긴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 수주에 성공하면 올해 안에 수억달러가 추가로 들어와 자금사정이 급속히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다.

협조융자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해외 부문에서 자금이 유입되면 1월 1차협조융자 이후 중단된 공사현장에 대한 자금 투입이 가능해져 매월 1천5백억∼2천억원의 자금유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자구노력〓동아건설은 이날 노사가 공동참여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생을 위해 알짜기업 매각, 계열사 독립 및 퇴출 등을 통한 그룹 완전 해체 방침을 발표했다.

동아건설은 그룹계열사 중 대한통운과 동아주택할부금융 등 알짜기업을 매각하고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퇴출시키며 건설관련 관계사들은 동아건설로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또 △부동산 및 아파트 사업부지(1조3천4백78억원) △서울 서소문동 사옥(5백억원) △유가증권(4백97억원) 등을 매각해 총 1조6천4백75억원의 자금을 조달, 전액 차입금 상환에 투입할 계획이다.

동아건설은 “최원석(崔元碩)전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한 15일 이후 사실상 공백 상태에 있는 경영권을 비상경영위원회에 부여하고 노사 합의에 의해 자구계획을 진행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철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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