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6월께 정리해고 『태풍』

  • 입력 1998년 4월 2일 19시 28분


전자 자동차 중공업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이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본격적인 정리해고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해고 회피기간 60일을 넘기는 6월경부터 기업현장엔 대대적인 감원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극심한 내수침체로 공장가동률이 40%로 떨어지자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3일부터 1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또 현장근로자를 포함한 정리해고를 실시하기 위해 지난달말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고용안정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 정리해고 규모와 해고 회피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고위관계자는 “전체인력 4만6천명의 17%에 해당하는 8천여명의 인력을 감축할 방침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보다 감축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1일까지 근로자 1만4천여명을 유급휴가 조치했다.

현대자동차가 인력감축을 구체화함에 따라 대우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등 심각한 내수부진을 겪고 있는 나머지 자동차업체들도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도 최근 명예퇴직 신청이 마감됨에 따라 본격적인 정리해고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말까지 명예퇴직을 실시한 현대전자와 삼성전자는 각각 1천5백명과 5백명이 퇴직신청을 했으며 LG산전도 최근 전 임직원의 10% 가량에 해당하는 1천여명이 명예퇴직했다.

현대전자 관계자는 “명예퇴직 자체가 정리해고를 전제로 실시된 만큼 정리해고 회피노력의 시작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두달간 노조측과 정리해고 문제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전자업계는 20∼30%의 인원감축을 계획하고 있어 1만명 이상이 정리해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리해고에 앞서 대기발령 형태로 감원을 추진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대우중공업은 최근 영업 철차사업본부 1백여명을 대기발령했으며 삼성중공업도 건설사업부 1백여명을 대기발령한 상태다. 이들 업체들은 정리해고에 앞서 정리해고 회피노력을 보이기 위해 대기발령을 한 상태로 앞으로 두달 후에는 본격적인 정리해고를 단행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일단 정리해고 방침을 세워놓은 뒤 명예퇴직 등의 형식으로 근로자들을 감축하는 경우가 많다”며 “IMF체제가 장기화하고 정부가 기업의 구조조정을 더욱 세게 밀어붙일 경우 감축인원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이·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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