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방만한 투자가 위기 불렀다…韓銀경제硏 보고서

  • 입력 1998년 3월 9일 19시 49분


국내 제조업체들은 벌어들인 현금의 2,3배를 투자하는 등 방만하게 사업을 꾸려 현재의 경제위기를 부르는데 한몫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은행 부설 환은경제연구소는 9일 ‘현금흐름 악화에 따른 기업 도산가능성’이라는 보고서에서 기업들은 수년간 영업활동을 통해 번 현금보다 몇 배 많은 돈을 투자, 스스로 ‘무덤’을 팠다고 지적했다.

현금흐름이란 기업경영에 따른 현금의 움직임, 즉 제품을 팔거나 외부에서 조달해온 현금이 공장설비 도입 등 투자나 인건비 등에 지출된 내용을 말하며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회사는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들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총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4년 7.5%에서 96년 4.9%로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이들이 투자활동에 쏟아부은 현금은 94년 매출액의 15.1%에서 96년 17.4%로 늘어났다. 96년의 경우 투자액이 영업활동에서 얻은 현금의 3배를 웃돌고 있는 실정.

기업들은 투자재원이 모자라자 닥치는대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꾸어왔다. 재무활동을 통해 조달한 현금이 매출액의 9.7%(94년)에서 12.8%(96년)로 증가한 것.

특히 대기업의 경우 96년에 영업활동을 통해 번 현금은 매출액의 5.4%에 그쳤으나 투자액은 매출액의 19.0%나 돼 나머지를 빌려오느라 금융기관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의 선진기업으로 꼽히는 휴렛패커드는 매년 영업활동으로 번 현금보다 적은 액수를 투자하는 등 안정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환은경제연구소는 이같은 방만한 투자결과로 국내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크게 악화됐으며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수요위축에 따른 영업부진과 고금리 현상이 겹쳐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경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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