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재벌 구조조정 고삐 죈다…총수책임추궁등 압박

  • 입력 1998년 2월 22일 19시 30분


대규모의 협조융자를 해준 재벌그룹들에 오히려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주던 은행들이 칼을 빼들고 기업 구조조정에 나선다. 최근 일부 대기업 집단은 빌린 돈을 볼모로 은행권에 ‘원유대금을 빌려달라’(한화그룹)거나 ‘기존 협조융자의 이자지급을 유예해달라’(해태그룹)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시중은행들은 이러한 대기업 집단에 △계열사 매각 △대출금의 출자전환 △총수 책임추궁 등으로 압박작전을 펴기로 했다. 은행들은 늦어도 3월말까지 기업들과 ‘재무구조개선협정’을 맺기로 했다. 그러나 재벌들이 협정을 위반하더라도 여신회수 및 동결 조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형편이다. 이에 따라 여신을 안정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기업 구조조정에 깊숙이 개입하려는 것이다. 조흥은행은 금주에 해태그룹에 대한 여신심의위원회를 열고 그룹 계열사 매각과 출자전환 문제 등을 논의한다. 조흥은행은 음료 전자 유통 야구단 등 계열사 매각을 해태측에 적극 권유하고 있다. 이중 음료와 유통은 외국기업과의 협의가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은행은 해당기업의 자금부서를 은행이 직접 장악하는 강력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 은행은 계열사 매각이 쉽도록 대주주 소유주식 일부 또는 전부의 소각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한일은행은 삼성 한진 한화 등 16개 그룹과 재무구조개선협정을 맺으면서 ‘경쟁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을 분명한 원칙으로 밝히기로 했다. 한일은행은 이번 협정을 계기로 기업을 환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겠다고 벼른다. 재벌총수의 연대보증을 해당 기업에 요구키로 한 은행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치권이 ‘30대그룹 부도는 절대 안된다’는 원칙에 집착하면 은행이 독자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이끌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경준·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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