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협력업체,60% 가까이 문닫아…적색거래업체 분류

  • 입력 1998년 1월 20일 20시 12분


한보철강 피해협력업체 채권단은 서울 대치동 한보그룹 안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있다. 한보가 무너진지 1년. 6백13개 한보철강 협력업체중 60% 가까운 업체가 문을 닫았다. “정부가 한달만 기다려보라고 한 것이 벌써 1년이 돼 갑니다. 이제 거의 모든 업체가 한계에 다다른 느낌입니다.”(이교환·李敎煥 채권단대표) 한보 당진공장에 기계 설비 장비를 납품해 온 인천 소재 기흥기계산업. 지난해 12월 끝내 부도처리됐다. 현재 40여명의 종업원들이 회사를 양도받아 가동을 하고 있지만 2월이면 수주 물량이 떨어진다. “한보 부도로 적색거래 업체로 분류돼 공기업 입찰에 참여할수 없습니다. 수주를 하더라도 보증보험에서 보증을 해주지 않고 어음할인도 안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살길이 보이지 않아요.”(심운섭·沈橒燮 관리부장) 이 회사는 직원을 절반 가량 내보냈다.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임원들은 통장을 헐고 심지어 자녀들의 돼지 저금통까지 깨고 있다. 사채시장에서 어음할인을 받기위해 친인척 부동산까지 담보로 제공했다. 그러나 결정타를 맞고 말았다. 정부는 지난해 3월 협력업체 진성어음은 확인절차를 거쳐 모두 대출로 전환했으나 금리가 18%까지 오르면서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협력업체들은 한보 부도 당시만 해도 이것이 한국경제 침몰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대기업의 투자 실패로 함께 죽어야 하는 중소기업인들은 억울하기만 합니다.”(이교환대표) 이대표는 한보 협력업체를 살려달라는 건의문을 들고 정부 부처를 찾아다니는 것이 일과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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