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낸 오너 경영권 날아간다…경영주 재산 내놔야

  • 입력 1998년 1월 13일 20시 04분


김대중(金大中) 차기대통령이 4대그룹 총수와 첫 회동 후 내놓은 합의문에는 오너경영에 대한 견제의지가 강하게 담겨 있다. 오너 1인에 의한 독단경영에 대한 견제는 ‘지배주주 및 경영진의 책임 강화’로 일단 틀을 잡았다. 즉 구조조정시 지배주주는 자신의 재산을 제공해 증자하거나 대출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이도록 했다. 또 기업의 경영부실에 대해 경영진의 퇴진 등 책임도 강화된다.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부실경영의 결과에 대해 재벌총수도 법적인 책임을 지고 퇴진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회사의 부실경영에 대해 책임지기는커녕 채권자의 희생만 요구하는 행태가 제도적으로 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로 대농 등 재벌기업 총수들은 자신들의 방만한 경영의 결과로 부도가 나자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줄줄이 화의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구본천(具本天)연구위원은 “회사의 부실이 오너를 비롯한 경영진의 잘못에서 비롯된 경우 화의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너중심 경영에 대한 견제는 이밖에 소액주주대표소송제와 사외이사제 등으로 뒷받침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그룹의 경우 이미 96년 금강기획 현대정보기술 현대종합상사 등 3개 계열사에서 사외이사제를 도입했으며 정몽구(鄭夢九)그룹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사외이사제를 전 계열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외이사제의 경우 실제로 경영방향을 결정하는 등 중요한 사안에서 제 목소리를 낼지는 미지수. 구조조정 노력을 가속화해 경제를 빠른 시일내에 정상궤도로 돌려놓는데는 재벌들의 협조가 절실한 형편. 김차기대통령은 재벌들에 불필요한 업종과 자산을 과감히 정리, 수익성 위주의 기업경영기조를 정착시키고 사업을 핵심부문으로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이를 위해 재벌들의 구조조정 노력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 ‘구조조정특별법’이 추진되고 있다. 특별법에는 기업이 부동산 등 자산을 팔 때 부과되는 특별부가세를 덜어주며 기업분할 및 퇴출절차 등을 간소화하는 등 유인책이 담긴다. 재벌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들고나온 단골메뉴였지만 재벌들의 로비와 주도면밀한 논리에 번번이 퇴색했다. 김차기대통령이 경제회생과 재벌개혁의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백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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