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억달러도입후 외환전망]불안심리해소 「숨은달러」풀릴듯

  • 입력 1997년 12월 25일 20시 29분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등 선진국들이 연말과 연초에 걸쳐 한국에 1백억달러를 조기 지원키로 함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많은 외환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최근 외환시장 상황] 최근 외환시장은 △기업의 달러화 매각 기피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차입 중단 △해외 금융기관의 상환 요구로 인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난 △기업의 연말 달러화 결제 수요 등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같은 수급불균형에다 한국이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지급불능사태에 빠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은행간 거래환율이 23일 한때 1천9백95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24일에는 세계은행(IBRD)의 지원자금 유입 등에 따라 전날보다 1백원 이상 떨어졌으나 이날까지도 수급불균형과 지급불능에 대한 위기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조기 지원의 효과] IMF 등의 지원 자금이 내년 1월초까지 들어온다 해도 외환시장에 달러화 공급이 당장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 돈은 대부분 금융기관의 차입금을 갚거나 외환보유고를 확충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그러나 공급이 직접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인 안정이 회복됨에 따라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달러화를 시장에 내놓지 않은 것은 불안감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러나 1백억달러 조기지원과 선진국들의 강력한 의지표명으로 지급불능사태에 대한 우려감이 완전히 사라져 달러화를 맘놓고 팔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외국인들의 주식과 채권투자자금도 지급불능 우려가 해소되면서 앞으로는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환율 하락의 장애 요인] 시중은행의 한 해외자금차입 담당자는 『한번 끊어진 자금차입선을 회복하려면 적어도 2,3개월은 걸리기 때문에 해외차입이 당장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추는 바람에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한국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내부규정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 [환율수준 전망] 한국은행 국제부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천2백원까지 급락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1천3백∼1천4백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딜러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외환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고 기업과 외국인투자자의 움직임에는 아직 변수가 많기 때문에 소폭 하락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 「기업의 달러화 투매와 외국투자자금 유입으로 환율이 1천2백원 이하로 폭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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