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억달러 조기지원 발표의미]「국가부도」우려 씻었다

  • 입력 1997년 12월 25일 07시 16분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원 일정을 앞당기고 한국의 외환 위기를 2선에서 지켜보던 주요 선진국도 본격 지원에 나섬에 따라 외환부족이 일단 해갈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환이 점점 고갈돼 한국이 대외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던 국내외 금융시장의 우려도 우선은 해소될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지원은 IMF 차관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대외 부채에 대한 강력한 「지급보증」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IMF를 앞세워 자국의 이해가 걸린 제도개선 요구를 집요하게 요구하면서도 직접 지원은 미뤄왔던 미국의 이번 지원 참여는 「한국의 국가부도를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기 때문.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해외 금융기관들의 채권 만기 연장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70% 이상인 외채 만기 연장 비율은 최근들어 10% 안팎으로 뚝 떨어진 상황이다. 이와 함께 한국 시장 투자 기반을 유리하게 다져놓은 미국 자본이 대거 상륙, 외환보유고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국내 기업 및 금융기관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한 선결조건인 정리해고 등을 줄기차게 요구, 국내 투자환경을 입맛에 맞게 바꿔놓았다. 미국은 우리 정부가 지난 3일 IMF와 총2백10억달러 규모의 대기성차관 협약을 체결할 때 한국이 국제금융기구들로부터 지원을 받고도 외환부족을 타개하지 못할 경우에 5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었다. 지난 5일 이후 IMF 지원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지만 국가부도설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24일 현재 IMF와 세계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로부터 들어온 돈은 모두 1백40억달러. 그러나 이 가운데 IMF가 지원한 90억달러는 대부분 단기외채를 갚는데 다 써버려 가용 외환보유고는 10일 발표한 1백억달러에서 수십억달러 빠지는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에 대한 자금 지원과 한국이 연내에 갚아야 하는 대외부채를 비교할 때 한국이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았다. 불 난 집에 부채질 하듯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태국 베트남 수준으로 떨어뜨려 외채의 만기 연장을 더욱 어렵게 했다. 10일 기준 가용 외환보유고 1백억달러에 IMF와 IBRD 및 ADB의 자금 85억달러를 더한 1백85억달러로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대외부채 1백63억달러는 그럭저럭 때울지 모르지만 내년 1월이 문제라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IMF와 G7국가들이 조기지원에 나섬에 따라 만기 연장률도 좀더 높아지고 국채 매각 등도 다소 수월해지면 일단 급한 불은 꺼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 호전이 외채 및 외환 위기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다는데 한국 경제의 짐은 여전히 무겁다. 〈백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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