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모범생」 가파치 살리기…고객-납품업체 적극 호응

  • 입력 1997년 12월 13일 20시 42분


「가파치를 살리자」는 운동이 소리없이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 공동브랜드인 가파치가 국제통화기금(IMF) 강풍에 좌초되는 것을 그냥 볼 수 만은 없다는 움직임이 관련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것. 가파치는 지난 94년 기호상사 등 14개 중소 가죽제품업체가 모여 만든 공동브랜드 회사. 여러 업체가 한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하는 공동브랜드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4백억원과 세전이익 20억원을 올렸고 미국 일본 등에 5백만달러어치를 수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거래 종금사인 한화종금의 업무정지로 자금난을 겪은데다가 은행들이 어음할인을 안해줘 10일 최종부도처리됐다. 가파치 부도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남현동의 본사 사무실에는 격려전화와 팩스가 빗발치고 있다. 대부분 『IMF위기를 돌파할 선봉에 서야 마땅한 중소기업의 「모범답안」이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내용이다. 판촉실의 이준열과장은 『요즘 직원마다 매일 5,6통의 격려전화를 받는다』면서 『고객들의 격려에 눈물을 글썽이는 직원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전국 51개 백화점 매장과 1백여개 대리점 등에선 가파치 상품의 매출이 오히려 느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갤러리아백화점 잠실점의 구두매장 직원 이영애씨(42)는 『평소 하루에 90만원 어치를 팔았는데 부도후 두 배 가까운 1백70만원 어치를 팔고 있다』고 말했다. LG백화점안산점에선 15일부터 특별판촉행사를 열어 가파치 상품을 싸게 판다는 보도가 나가자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백화점측에서는 입점업체가 부도가 나면 이미지를 버린다며 매장에서 철수해달라고 통보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부도가 난지 사흘이 지난 13일 현재 이런 곳은 한 군데도 없다. 1백40여개 납품업체도 『가파치가 하루 빨리 일어서기를 바란다』며 「차질 없는 물품 공급」을 약속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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