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지방이 더 심하다…향토기업 대거 부도위기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9시 59분


국제통화기금(IMF)시대 지방 경제가 강력한 한파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선거가 불과 1주일 남은 11일 지방에서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IMF얘기」만 있었을 뿐 「대선 얘기」는 실종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도시에서는 실업과 부도사태에 대한 우려에 휩싸여 있었고 농어촌에서는 기름값 인상을 걱정하고 있었다. 관광지역에는 내왕객들의 발걸음이 뚝 끊어졌고 음식점과 유흥업소들은 고객의 격감으로 깊은 시름에 잠겨 있었다. 부산지역 경제는 향토기업의 잇따른 부도에 이어 4개 종금사의 업무정지 등으로 꽁꽁 얼어붙은 상황. 최근 부산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이 지역 주요기업의 31%가 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자동차의 부도유예와 한라중공업 부도로 지역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광주 전남지역이나 쌍방울 서호건설 전풍백화점 등 주요기업의 부도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전북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농어촌은 정부가 보조금 감축 및 농어업용 유류값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전남 장성군 삼계면 이창범(李昌範·54)씨는 『농업용 유류에 대한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철회할 경우 도내 2만여 시설하우스 농가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원도 오징어채낚기어선 선주들은 면세제도를 폐지할 경우 연간 척당 출어경비가 1천만∼1천5백만원 늘어 조업이 어렵게 된다고 전했다. 지방의 부동산경기도 얼어붙어 12일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경기 수원시 팔달구 영통신시가지는 썰렁한 분위기. 이곳 부동산업자들은 집이 팔리지 않거나 전세금을 되돌려 받지못해 입주를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강원도와 제주도에는 관광객들이 크게 줄어들어 콘도 호텔 등 숙박업계는 한달전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불황을 맞고 있다. 강원도내 콘도는 지난해에 비해 예약이 평균 30%가량 줄어들어 객실의 절반이 남아 있고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하루평균 1만5천여명에서 8천여명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식당가가 밀집해 있는 대전 서구 삼천동과 월평동 7백여 대중음식점 가운데 최근 70여곳이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놓고 있으나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1백30개 유흥업소가 몰려 있는 대구 수성구 두산동과 범어동, 남구 봉덕동 일대의 경우 업소 영업권리금이 3천만∼4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폭락했으나 업소를 인수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 부산 자갈치시장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뜸해 상인들은 매출액이 30%이상 감소했다고 전했으며 시내 노래방 주인들은 연말인데도 고작해야 하루에 3, 4개팀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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