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외환규제 철폐, 금융위기 부추겼다』…NYT기고문

  • 입력 1997년 11월 28일 20시 20분


최근 한국 금융위기는 각종 금융 및 외환규제의 급속한 철폐가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앨리스 H 암스덴교수(정치경제학)와 금융통화운영위 위원인 어윤대(魚允大)고려대교수는 27일자 뉴욕타임스지에 게재된 「한국의 하락 이면(裏面)」이라는 제목의 공동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지금까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IBRD) 등은 「금융 및 외환시장의 폐쇄와 왜곡이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견해를 일관되게 견지해 왔기 때문에 두 교수의 이번 기고문은 앞으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두 교수는 기고문에서 『금융자율화는 은행감독기능의 강화와 함께 추진돼야 하는데도 한국은 이를 소홀히 했다』며 특히 『은행 종금사 등이 아무런 제약없이 외화를 빌려오도록 허용한 것이 위기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어교수 등은 △한국이 지난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금융 외환규제를 거의 철폐하기로 합의, 외국계 은행들의 원화 투기를 가능케 했고 △종금사는 기업에 무분별한 외화대출을 했으며 △기업들은 단기외채를 조달해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은 장기투자를 일삼은 것이 위기의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어교수 등은 『한국정부는 세계 경제전문가들과 국제기구의 요구대로 금융제도 개혁과 일부 산업의 개편을 단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이들은 그러나 『한국 정부가 너무 급격한 금융개방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한국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아직 세계 금융질서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고 강조했다.이들은 이어 IMF 등 국제기구나 미국 등도 한국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지나치게 급격한 개방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좋지않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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