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융시장 정부불신 팽배

  • 입력 1997년 11월 18일 20시 13분


국내외 금융시장에 한국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하는 주범중의 하나인 불신감은 정부가 말 바꾸기 등으로 자초한 것. ▼말 바꾸기〓외환당국은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엄포를 금융기관과 기업에 남발하다가도 아무런 논리나 설명 없이 갑자기 환율방어선 후퇴를 반복해왔다. 외환딜러들은 『이제는 정부가 환율방어의지를 밝혀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기아사태 처리에 있어서도 시장경제 원칙을 고수하던 정부가 기아그룹과 제일은행을 사실상 공기업화하기로 한 것도 말바꾸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정보 통제〓독일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보통제는 필연적으로 악성루머를 부른다』면서 『국제금융시장에 한국 관련 악성소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한국정부가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외환보유고 등 기초자료를 알 수 없어 투자를 꺼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은행 해외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외국언론이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2백억달러에 불과하다」고 보도해 이에 대한 문의가 많은데 「이 보다는 많다」는 말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금융계는 『재경원이 지난달말부터 외국인 주식순매도 수치를 외환시장이 마감된 뒤 발표하도록 증권거래소 등에 압력을 넣은 것도 하수(下手)이자 악수(惡手)』라고 지적했다. ▼시간끌기〓한 시중은행장은 『정부가 기아사태를 조기에 해결했으면 채권은행들이 2천억원만 지원해도 됐는데 3개월이나 끄는 바람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붓게 됐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정부가 금융개혁법안 등의 통과를 이유로 금융시장안정대책의 발표를 지연시키고 있어 외환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경우 17일 시중은행이 처음으로 부도가 났는데도 일본정부가 민첩하게 대응해 주가가 폭등하고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는 것.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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