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의제도]『시간연장책 불과』비판…30여社 줄줄이 신청

  • 입력 1997년 11월 4일 19시 53분


최근 부실 대기업들이 잇달아 화의를 신청하는 것을 두고 화의제도는 대기업의 정상화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이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금융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지금까지 화의신청을 한 대기업은 △진로그룹 10개 계열사 △쌍방울그룹 2개 계열사 △우성식품 △대농그룹 계열 메트로프로덕트 △기아그룹 9개 계열사 △바로크가구 △해태그룹 4개 계열사 △뉴코아그룹 9개 계열사 등으로 화의제도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이와 관련, 은행감독원 관계자는 4일 『대기업이 화의를 신청하는 것은 정상화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시간 연장책에 불과하다』면서 『화의상태에서 기업운영이 한계에 달하면 이들 기업을 처리하느라 우리 경제 전체가 또 한번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인 강영호(姜永虎)부장판사는 『지난 83년 이후 화의신청이 급증해온 일본에서도 화의에 대한 비판이 많다』면서 『일단 법원에서 화의인가를 받으면 경영주가 화의조건을 한두번 이행하다가 그만두는 것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강부장판사는 『화의제도는 경영주가 법정관리에 따른 경영권 박탈을 모면하거나 재산을 도피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며 도산기업의 정상화수단으로는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화의제도가 대기업의 정상화 수단이 될 수 없는 이유로 △금융권의 자금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 △채권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어렵다는 점 △경영주의 자구노력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실제로 화의를 신청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금지원을 못받는 것은 물론 당좌거래조차 못해 영업이 크게 위축되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금융계로선 화의신청기업이 정상화되려면 자구노력이 제대로 이행되는 데 희망을 걸 수밖에 없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실정. 진로그룹 관계자는 『부동산을 사려는 기업들이 화의진행 상황에 따라 입장을 자주 바꿔 매각협상이 지지부진하다』고 말했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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