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부도유예 확산」루머…『4∼5社 추가』소문

  • 입력 1997년 7월 22일 20시 01분


진로 대농 기아에 이어 10대 재벌에 드는 다른 그룹이 부도유예협약에 적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22일 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주식시장은 이날 오전부터 이 그룹 계열 상장주식(총 17개 종목)이 하락세를 주도하면서 장중 한때 17포인트까지 폭락했다. 「부도유예협약 적용설은 사실무근」이라는 부인공시도 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채권시장도 채권을 사자는 주문이 거의 없어 매매 자체가 성사되지 못했다. 이날 소동을 빚은 루머 내용은 이 그룹 계열의 「사가 지난 21일 모 은행 명동지점에 돌아온 1백10억원어치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했다」는 것. 그룹과 은행측이 『이 회사 발행어음을 다른 계열사가 이날 오후 결제했는데도 어음을 막지 못한 것으로 와전돼 소문이 퍼진 것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루머는 수그러들지 않고 번져 증시를 강타하고 말았다. 금융시장이나 투자자 모두 불안감에 떨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증권가에는 「연말까지 4,5개의 대기업이 추가로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게 될 것」이라는 소문도 유포됐다. 지난 4월 진로가 부도유예협약에 지정된 이후 한때 자취를 감췄던 「부실징후 기업리스트」도 다시 등장, 투자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 리스트엔 D,H,K,J사 등 잘 알려진 대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단기자금을 융통해주는 종합금융사들도 이날 오전부터 투자자들의 소문확인 전화에 업무가 거의 마비됐다. 일부 종금사는 사태추이를 지켜보며 아예 여신업무를 중단했다.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 부실징후 리스트에 오른 일부 대기업은 금융기관의 대출기피로 또 한차례 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 종금사의 여신담당 임원은 『이들의 대출금리가 최소한 1%포인트 이상 오를 것 같다』고 귀띔했다. 금리도 금리지만 아예 돈구경을 못하게 되는 상황도 우려된다. 자금줄을 한껏 죈 종금사 등이 자금회수에 나설 경우 소문이 사실로 뒤바뀔 수도 있다. 실제로 종금사들은 삼성 현대 LG 롯데 등 일부 그룹을 제외한 다른 기업에는 경각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강운·정경준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