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쇼크 자금시장 『꽁꽁』…사채시장 先이자 20%넘어

  • 입력 1997년 7월 18일 20시 20분


기아그룹까지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아서 연명하게 되자 자금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특히 자금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각 은행의 일선 영업점에서는 본점에서 별도 지시가 없는데도 기아관련 어음은 물론 자금압박설이 나도는 다른 대기업의 어음도 일절 받지 않아 애꿎은 중소기업들이 숨이 턱에 닿아 있다. 급기야 중소기업들은 갖가지 편법까지 동원해 급전을 융통하고 있다. 통신부품제조 중소업체의 K사장은 30대그룹에 속하는 A그룹 계열사에 납품한 뒤 2억원짜리 어음을 받아 은행에 할인하러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5대그룹 외에는 할인 못한다. 정 필요하면 담보를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그는 궁리끝에 또 다른 납품대상인 5대그룹 내 B그룹의 계열사를 찾아가 통사정을 했다. 『A기업 어음은 할인이 안되니 우선 B사에 물건을 납품한 것으로 어음을 끊어준 뒤 B사가 A사에 물건을 파는 식으로 해달라. B사도 매출액을 늘릴 수 있어 좋은 일일테고 별도 커미션도 주겠다』고 제안한 것. 결국 그는 B사에 납품가액의 1%인 2백만원을 커미션으로 주고 B사 어음을 은행에서 할인해 급전을 구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의 L사장도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전에는 쉽게 할인할 수 있었으나 기아사태 이후에는 비상장회사 것은 할인이 안된다』며 『은행에서 「다른 상장계열사 어음을 가져오라」고 해 이 계열사를 중간에 끼고 돈을 구한다』고 전했다. 그는 『별도 커미션을 주는 부담이 있지만 당장 돈이 급하기 때문에 이것도 감지덕지』라고 털어놨다. 사채시장에선 연 20%이상의 선이자를 떼고도 초대형 재벌그룹의 주력사 어음이 아니면 내밀지도 못한다는 것이 중소기업 운영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요즘은 은행에서 아예 부도징후기업들을 꼽아주면서 이런 기업들의 어음을 받지말라고 권유한다고 이들은 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의 일선 지점장들은 『은행 창구에 돈이 없어서 어음 할인을 안해주는 게 아니라 한보와 삼미그룹은 제쳐놓고라도 진로 대농에 이어 기아까지 좌초하고 보니 알아서 몸을 사리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은행들이 무더기로 적자를 내고 제일과 서울은행은 위기감까지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일선 영업점에서 기업에 대한 대출에 소극적인 것을 나무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윤희상·허문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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