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千만대 시대(下)]불황속 과잉생산 거듭

  • 입력 1997년 7월 16일 08시 07분


지난 60,70년대 맨손으로 출발한 우리 자동차산업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대국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눈부신 외형성장과 달리 자동차업계는 올들어 극심한 불황과 수급불균형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우려했던 「기아 변수」가 터지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은 험난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중복투자에 따른 과잉생산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물밑에서 거론돼왔던 자동차업계의 구조개편론도 구체성을 띠며 급속히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해 동안 국내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2백85만대. 이중 1백21만대를 수출, 1백4억달러(총수출의 8%)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수출원년인 76년(1천3백41대)에 비해 대수 기준 9백2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또 세계 48개국에 나가 연간 42만4천대를 현지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고속질주해온 「한국차」는 올해를 고비로 시련기에 접어든 양상이다. 지난 5월말 현재 승용차 재고는 12만대.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자동차업계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 방안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얼마전 2천여명의 임직원 감축과 자산 매각을 골자로 하는 자구계획을 내놓았으나 15일 끝내 「부도유예협약」 대상에 포함됐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쌍용그룹은 작년말 현재 3조7천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쌍용자동차를 살리기 위해 쌍용정공과 중공업 등 6개 계열사를 3개로 통폐합할 계획. 판매걱정이 없었던 현대자동차 마저 잔업을 중단했으며 내년 3월 첫 차를 내놓는 삼성도 과다한 투자부담과 기술확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업체의 어려움은 일시적인 불황때문이라기 보다는 공급과잉과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란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 94년말 현재 국내 자동차업체의 1대당 조립시간은 평균 30시간으로 일본(16.5시간)의 약 2배수준이며 차량의 결함건수도 일본의 2∼3배 수준. 비교우위를 지켜온 가격경쟁력도 뚝 떨어져 미국시장에서 일제와 국산의 중소형차 가격차는 1천달러 이내, 중형차는 가격차가 거의 없어졌다. 공급과잉은 정도차는 있지만 세계 자동차업계의 공통문제. 오는 2000년 생산능력은 8천만대로 늘어나지만 판매는 6천만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공급과잉은 한층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적인 경제예측기관인 영국의 EIU는 자동차 수요감소로 2000년경 한국의 자동차업체 공장가동률은 60%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때쯤이면 한국 자동차업체 중 단 2개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기관도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 전문가인 玄永錫(현영석)한남대교수는 『국내 업체들간의 공동개발로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을 절감하고 기술력을 쌓아야 한다』며 『일본의 경우 80년대 이전까지 공동개발로 미국과 유럽업체들에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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