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신문고]자금-정책지원 호소 『봇물』

  • 입력 1997년 5월 13일 20시 33분


『기술을 담보로 해서는 대출이 안되는 이유가 뭡니까』(韓相仁·한상인 삼우정밀 대표) 『우리도 자금을 마음껏 주고 싶지만 재원이 넉넉지 않으니 답답할 뿐입니다』(중소기업청 자금지원과 직원) 13일 서울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신문고」행사장에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인과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공무원간에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 이날 행사에는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12개부처 18명의 관계자가 나와 △시책총괄 △자금 △인력 및 노사관계 △세제 등 9개 항목으로 중소기업의 고충에 대해 상담했다. 가장 많은 애로가 접수된 쪽은 역시 자금. 부산 신호금속의 李鍾萬(이종만)사장은 『한보철강 부산공장으로부터 물품대금으로 1억6천만짜리 어음을 받았으나 지난해 12월 상호를 부산제강소로 변경하는 바람에 정부의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이런 사례가 부산에만 1백개 업체를 넘지만 6월이 어음 만기라서 모두 큰일』이라고 말했다. 레이저치료기 생산업체인 ㈜티엠시의 朴炅良(박경량)대표는 레이저치료기를 9년동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함께 개발하고도 담보가 없어 사업자금을 대출받지 못하는 고충을 토로했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을 비판하는 중소기업인도 많았다. 지난 92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약규격화 정책을 믿고 사업을 시작한 1백50여개 제약업체가 부도 위기에 몰려있다는 등의 사례가 열거됐다. 세계제약의 安哲熙(안철희)대표는 『정부가 당시 시설자금 원료구매자금 등을 지원해가며 육성을 추진했으나 장관이 여섯번 바뀐 다음 이 정책은 사라져버렸다』며 『행정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력분야에서는 외국인 연수생을 더 늘려줄 것과 병역특례자를 주식회사뿐 아니라 3D업종의 개인 기업체에도 배정해줄 것에 대한 건의가 절실했다. 새 기계를 담보로 잡혀도 감정가가 시가의 70%밖에 되지않는 담보물 감정제도의 개선 요구 등이 이어졌다. 한편 상담에 응한 공무원들은 『중소기업의 애로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기술개발 등은 소홀히 한 채 정부의 지원만 바라는 일부 기업의 자세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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